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자수첩]尹 정부, 공정 내세우며 블라인드 폐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윤석열 정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제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 채용이 어렵고 부적격자 합격 등 문제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발단은 2019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중국 국적자 채용 논란, 한국연구재단의 부정 취업자 미적발 등이 계기가 됐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집중 문제제기 후 결국 폐지가 정해졌다.


블라인드 채용은 출신 학교, 지도 교수, 부모, 국적, 성별 등 개인 정보를 가려 학벌ㆍ스펙 위주로 이뤄지는 불공정 채용을 막고 오직 실력만 보고 뽑아 우수한 인재를 뽑자는 제도였다. 진보ㆍ보수 등 이념과도 관련이 없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학벌ㆍ스펙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도입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가 계승ㆍ발전시켰다. ‘공정과 상식’을 모토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우수 인재 확보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더욱 장려해야 할 제도다. 그런데 이를 폐지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이러니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해외 유명 연구소나 해외 석학 밑에서 배운 인재들을 골라 뽑지 못한다는 하소연이다. 그러나 ‘스펙’ 자체가 뛰어난 연구 실력을 100% 보증하지는 못한다. 대부분의 정부 출연연들은 블라인드 채용 제도 도입 후 학벌ㆍ스펙이 아닌 논문, 특허, 기술 등 연구 실적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우수한 인재가 스펙ㆍ배경 부족 때문에 탈락하는 ‘적격자 탈락의 오류’를 막을 수 있다. 실제 2019년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조사 결과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도입 후 입사자 출신 대학 수가 10.3개에서 13.1개로 늘어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중국 국적자 채용 논란도 해프닝이었다. 국적ㆍ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아 지원은 가능했지만 어쨌든 최종 합격 결정 전 신원 조사에서 가려낼 수 있었다. 허위 경력ㆍ부정 취업은 블라인드 채용과는 상관이 없는 범죄 행위일 뿐이다.



과학기술계 일각에선 ‘전 정권 지우기’가 오랜 기간 구축해 온 국가 인사 시스템을 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취업 준비자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고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한다. 재고가 필요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