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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간 2.0]진화의 시작…광고 모델서 상위 1% 전문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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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 누리는 초거대 AI…가상인간과도 접목

[가상인간 2.0]진화의 시작…광고 모델서 상위 1% 전문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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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가상인간이 진화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을 입고 인간이 만든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피조물에 머물지 않는다. 초거대 인공지능(AI)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지난해 TV 광고 모델로 화려하게 데뷔한 가상인간이 모델, 인플루언서 등 엔터테이너에 국한돼 있었다면 두뇌를 갖추고 스스로 사고하는 가상인간2.0은 과학자, 신약 연구자, 금융가 등 상위 1% 전문가 영역은 물론 콜센터 직원, 박물관 도슨트 등 인간이 하던 일을 대신하고 있다. 완전한 창작은 아니지만 미술, 음악, 시 등 창작 영역에도 진출하고 있다. 인간보다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더 빨리 생각하다 보니 인간이 예상치 못하는 결과물을 내놓고 이는 창작의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다. 가상인간은 우리 인간의 활동 영역 중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인간과는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가상인간2.0 시대를 조명해 본다.

[아시아경제 최유리 기자] 지난 2월 미국 뉴욕 패션위크에 주목할 만한 신인 디자이너가 등장했다. '금성에서 온 꽃'을 주제로 화려한 색감과 신비로운 패턴을 선보였다. 신인 디자이너는 가상인간 '틸다'. 틸다가 창작한 이미지에 박윤희 디자이너가 색과 모형을 입혀 의상 30여벌을 만들었다. 창작자는 가상인간, 뒷마무리는 인간이 하며 새로운 형태의 협업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창작력의 원천은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초거대 AI '엑사원'이다. 엑사원은 말뭉치 6000억개, 언어와 결합한 고해상 이미지 2억5000만장을 학습했다. 꽃 모양의 시각 자료가 있고 이에 대해 "아름답다"는 표현을 남겼다고 하면 이미지와 언어가 짝지어진 수억쌍의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 언어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스스로 찾아낸다. 일반 사람이 평생 보는 이미지가 많아도 10만장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2500배 차이가 난다. 그만큼 상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낸다.


인간 뇌 닮은 엑사원으로 사고…연구원·디자이너로 활동

틸다는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초거대 AI를 탑재했다.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한다. 틸다의 경우 3000억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보유해 국내 초거대 AI 중 연산능력이 가장 높다.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영상을 동시에 받아들이고 사고하는 '멀티 모달리티' 능력을 갖췄다.


초거대 AI는 이미 산업 현장을 누리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일단 그룹 차원의 난제 해결을 엑사원에게 맡겼다. 신약 후보 물질 개발, 배터리 수명 예측 등 최소 100억원 이상의 사업적 가치를 가진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가상인간 2.0]진화의 시작…광고 모델서 상위 1% 전문가로


계열사 고객상담센터에서 어드바이저로 활용하는 AI컨택센터가 대표적이다. 엑사원 어드바이저는 고객 데이터를 학습해 상담 유형과 선호도를 분류한다. 이를 통해 베테랑 상담사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양한 사람들과 의사소통 경험을 쌓으면 수십년간 훈련받은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문장이나 대화에서 드러나는 고객의 감정까지 분석해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나아가 기업 간 고객(B2B) 계약까지 AI가 직접 체결하는 날도 머지않았다.


화학 분야에선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엑사원은 관련 논문, 문헌 수천만건을 학습해 암 치료 후보물질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학습을 마치면 AI 연구원 한두명만 두고도 수십명의 보조 전문가를 둔 것처럼 연구개발을 할 수 있다. AI 전문가를 두고 일하면서 일반인도 전문가 같은 결과물을 내는 것이다.


틸다처럼 창작의 영역에도 진출했다. 엑사원은 제품 디자인 시안을 만드는 데 활용되고 있다. '슈퍼카를 닮은 로봇 청소기 디자인'을 입력하면 시안 수백개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식이다. 이를 기반으로 디자이너가 디테일한 디자인과 설계를 더한다.


분야별 전문가 AI 육성…만능 AI로 진화중

초거대 AI 활동 영역은 더 넓어지고 있다. 13개 기업체가 참여한 '초거대 AI 연합'을 통해서다. LG AI연구원은 구글, 우리은행, GS리테일, 한양대병원, EBS 등 다양한 산업군과 손을 잡았다. 파트너사들이 데이터를 제공하면 연구원이 분야별 AI를 생성한다.

[가상인간 2.0]진화의 시작…광고 모델서 상위 1% 전문가로


우리은행은 은행원처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뱅커 개발에 나섰다. GS리테일은 식자재 레시피를 추천하는 등 고객 맞춤형 응대가 가능한 AI가 목표다. 이 같은 AI 서비스는 가상인간 기술과도 접목될 수 있다. 연합에 속한 메타버스 업체 VA코퍼레이션은 AI 휴먼을 공동 개발 중이다. 언어에 내포된 감정까지 읽고 그에 맞는 표정과 동작을 생성하는 가상인간이다. 전문가 AI에 가상인간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선보이겠다는 설명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범용 AI다. 기존 AI가 특정 분야의 데이터를 학습해 관련 문제만 풀었다면, 범용 AI는 다양한 과제를 처리할 수 있는 만능 AI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초거대 AI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겠다"며 "내년에는 모든 전문 영역에서 전문가 수준의 대화가 가능한 AI 연구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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