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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혁신 기술을 잠들게 하는 규제의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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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혁신 기술을 잠들게 하는 규제의 틀 박재승 비주얼캠프 대표·숭실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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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곽민재 기자] 개인 정보 보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데이터 시대에는 데이터의 공유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이 탄생하게 된다.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면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들에게 편익을 주게 된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유용한 요리 칼이 되고, 악용하게 되면 사람을 해치는 잔혹한 칼이 된다. 데이터 이노베이션 시대에 칼날이 무서워 데이터 공유의 문을 꽁꽁 걸어 잠그는 우매한 상황이 다양한 산업에서 표출된다. 기업은 기업대로 힘들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관련 협회나 기관들도 할 말이 많다.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좋은 혜택과 서비스들이 규제와 법규에 발이 묶여 억울함이 종종 발생하게 된다.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혹시 미물인 빈대와 같은 규제 때문에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목에 큰 걸림돌을 스스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스마트폰을 열면 신기하게도 나의 생각을 이미 간파하고 족집게처럼 내가 주목하고 관심을 가지는 콘텐츠를 자동으로 전달해 준다. 소위 추천 알고리즘이라는 기술이 그런 마법을 제공한다.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궁금증과 오싹한 두려움을 함께 느끼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편리함으로 포장된 친절함에 우리는 순간순간 그 무례함을 용서하고 만다. 이런 놀라운 세상에 나의 비밀은 사라진 지 오래다.


개인 정보 중에서도 특히 의료 데이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다 보니 규제나 규율이 어떤 정보 보호 규정보다 강하다. 그 중요성 때문에 소중한 인간의 의료 데이터가 비밀의 창에 갇혀 활용에 제한적이다. 데이터 이노베이션 시대에 걸맞지 않다. 좋은 데이터를 공인된 기관과 기업들이 공유하게 되면 새로운 의료 서비스가 탄생하고, 좀 더 나은 진단 치료 시장이 확대돼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의료업계도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의료업계가 기득권 때문에 고집부리는 경향도 있다. 이제는 바꾸어 가야 할 때가 됐다. 늦어지면 좋은 IT 기술을 가진 한국은 앞선 대열에서 밀려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특이병 환자의 투약 정보를 익명화해 제약업계 등에 판매하는 웹사이트 페이션트라이크미(PatientLikeMe)가 2019년에 미국의 대형 보험사에 인수될 정도로 의료 융합 신규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 데이터의 수집 활용은 대학병원이나 한정된 기관을 통해 IRB(연구윤리심의위원회)를 획득해야만 가능하다. 절차나 심의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의료 데이터 수집 비용도 만만찮다.



기업들은 좋은 기술을 가지고도 데이터 접속의 한계나 규제들로 데이터 수집의 애로가 크다. 방식과 시간 등도 현실적으로 개선되는 게 추세에 맞다. 그동안 데이터 활용을 위해 업계나 기관, 정부가 오랜 시간 고민하고 논쟁을 거듭하면서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한 건 사실이다. 이제는 좀 가시적인 개선책이 현실화돼야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식 산업으로 중심의 축이 전환되는 시대에 관련 산업 발전은 물론 새롭고 참신한 산업들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올바르고 유연한 데이터의 활용과 공유는 궁극적으로 우리 국민은 물론 인류에 도움 되는 일이다. 손쉬운 해법은 앞선 나라들의 규제 관련 정책을 그대로 좇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결론적으로 규제의 존폐는 국민의 입장에서 내리는 결정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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