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 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 자리 마련
버스기사 "얼굴도 들 수 없이 죄송하다"
유가족 "너무나 힘들었다"
[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유족분들께 미안함과 죄송한 마음이 들고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5·18 민주화운동 기간 중 함평경찰서 경찰관 4명이 사망한 사건의 유가족과 사건 당사자가 사과와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19일 5·18 민주화 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위원장 송선태, 이하 ‘5·18조사위’)는 국립 서울현충원 경찰충혼탑에서 이들과 함께 ‘사과와 용서, 화해와 통합’을 위한 만남의 장 행사를 개최했다.
사건 당사자 배모씨와 경찰 유가족들은 이날 행사에 앞서 경찰충혼탑 앞에서 분향을 했고 희생자들 묘역으로 이동해 순직 경찰관 4명의 묘역을 참배했다. 고(故) 정충길씨의 배우자 박덕님씨는 그의 묘역 앞에서 3분가량 울며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의 앞을 지나 배씨는 묘비를 어루만지며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씨는 본 행사에서 유가족과 마주 앉아 “그 (사고) 현장이 꿈에라도 나왔으면 하는데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얼굴도 들 수 없이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씨의 아들 정원영씨는 “배씨의 모든 책임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지만 너무나 힘들었다“며 ”배씨의 사과가 전부여서는 안되며 진정으로 사과해야 할 책임자들도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박씨는 “긴 세월 아프게 보내고 누명쓰며 살아와서 안 만나려고 했다”면서도 “선생님(배씨)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이야말로 그렇게 하고 싶어서 했겠냐”며 “건강하시라”고 덧붙였다.
5·18조사위에 따르면 1980년 5월 20일 오후 9시 30분께 배씨가 운전하던 시위대 버스가 노동청으로 들어와 진입을 막기 위해 대형을 갖추고 있던 함평경찰서 소속 4명이 목숨을 잃고 7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에 배씨는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무기징역으로 감면됐고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배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최루가스가 버스 안으로 들어와 눈을 뜰 수 없던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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