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누리호 2차 발사에 진력"
궁극적으론 '세계 기업' 성장만이 살 길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세계 수준의 우주항공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진력을 쏟고 있다. 김 사장은 한화그룹 우주 사업의 컨트롤타워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한 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엔진 개발 등을 진두지휘하며 사업 영토를 넓히는 중이다. 특히 한국의 우주 항공 산업의 경우 한화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민간이 아닌 공공기관 프로젝트에 치중된 한계 때문에 김 사장의 '우주 사업 실적'에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과의 '빅딜' 후 옛 한화테크윈(삼성테크윈)에서 한화에어로로 사명을 바꾸고 5개 사업부를 계열사로 분리독립시켰다. 그룹의 항공엔진·기계, 발사체 등 우주산업을 총괄하는 한화에어로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 한국형 발사체로 불리는 누리호의 엔진(한화에어로)는 물론 위성체(쎄트렉아이 한화시스템), 지상체(쎄트렉아이, 한화시스템), 발사대(한화디펜스) 등을 다양하게 수행할 역량을 갖췄다. 특히 10대 기업 중 유일하게 우주항공 사업을 영위하는 점, 오너 일가가 사업을 진두지휘한다는 점 등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김 사장이 지휘하는 그룹의 우주 사업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는 지난해 5월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와 함께 우주연구센터를 세우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한화의 목표는 세계 4위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산업계에 따르면 지금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아마존 블루오리진(이상 미국), 버진갤럭틱(영국) 세 기업이 사실상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고도 500~1500km의 '저궤도 인공위성'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 경영을 주도하고 세계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점유해나가는 민간 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게 중론이다.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한화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한화는 다음 달 15일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를 포함해 2027년으로 예정된 6차 발사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일단 한국이 1t 이상 인공위성을 독자 기술로 쏠 수 있다는 인정을 받아야 저궤도 인공위성 같은 수익 사업도 활발해질 수 있어서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발사체 분야는 미래 기회를 선점해야만 성공하는 사업"이라며 "지금은 누리호 발사에 전사적 역량을 쏟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관(官) 위주의 우주항공 산업을 민(民) 위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우주 산업 시장의 지분 비율은 이미 민간이 79%로 정부 21%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모빌리티 등 다른 신산업보다 우주산업 공급망이 촘촘하지 않은 상황이라 한화의 '우주 경영'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1년 우주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주산업 인력은 기업, 연구기관, 대학을 합쳐도 1만명이 안 되고 참여 기업도 2014년 24개에서 지난해 5개로 급감했다.
더 큰 문제는 세계 우주항공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양상과 달리 한국은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기부에 따르면 한국 우주 분야 매출액은 2017년 3조3931억원에서 2020년 2조7818억원으로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2018년 3500억달러(약 420조원)에서 2040년 1조1000억달러(약 132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계 관계자는 "국방부, 방위사업청 주도의 우주항공 관련 수주 소식도 의미가 있지만 결국 민간 기업이 저궤도 인공위성 사업 등에서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한국 우주항공 산업의 현실은 한화그룹의 '우주 경영'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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