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문재인 정부의 아파트 규제로 반사이익을 누리던 지식산업센터·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생숙) 등 수익형 부동산 거래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특히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마이너스 피’까지 부담한 급매 물건마저 속출하고 있다. 공급이 크게 늘면서 매물은 넘치는데다 그동안 치솟았던 프리미엄에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매수세가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지식산업센터114에 따르면 서울 성수동 ‘서울숲포휴’ 계약면적 218.8㎡는 지난 2월 21억원에 거래됐다. 3.3㎡당 3173만원 꼴로 신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2016년 입주 당시 3.3㎡당 시세가 1000만원이 안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6년 새 3배 넘게 가격이 오른 셈이다.
이처럼 지식산업센터의 몸값이 훌쩍 뛴 것은 주택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투자수요가 몰리면서다. 지산은 주택 수 산정은 물론, 보유세나 양도세 등 각종 과세에서도 제외된다. 산업단지에서 분양받은 지식산업센터가 아니라면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고 대출도 최대 80%까지 가능하다.
반면 입지조건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급매가 속출하는 모습이다. 온라인 부동산커뮤니티에는 경기 김포시 구래동에 들어서는 S지식산업센터의 중층 매물을 아예 2000만원 ‘마피(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으면서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급급매 게시물도 올라와있다. 인근에 위치한 D지식산업센터 역시 1500만원 마피에 급매한다는 글이 수두룩하다. 이외에도 동탄, 영통 등 경기 외곽 지역에 소재한 지산 분양권 매물이 마피에 올라오는 사례도 발견됐다.
이처럼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지식산업센터의 공급이 대폭 늘어나면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 신규승인 건수는 2020년 총 141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76건) 대비 2배 가량 늘어난 수치로 해당 자료 집계를 시작한 1997년 이후 가장 높다. 지난 1월 기준 전국 지식산업센터 수는 총 1309곳으로 나타났다.
공급과잉으로 임차인을 찾지 못해 경매로 나온 매물도 늘었다. 신한옥션SA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에 나온 지식산업센터 개별 호실은 총 307건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이 중 서울은 총 53건으로 2018년 이후 가장 많았다. 경기도 역시 2020년과 지난해 각각 127건, 121건으로 이전보다 매물이 늘고 있다.
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생숙) 등 비주택상품 거래 시장도 얼어붙는 분위기다. 그동안 프리미엄이 치솟으며 가격 부담이 커진데다 대출규제·금리상승까지 겹치며 매수세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산이나 생숙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단기간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장기간 임대수익을 고려해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라며 “공급이 부족해 수요가 몰리는 서울과 달리 경기 외곽은 공급이 넘쳐나기 때문에 투자 전에 충분한 입지분석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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