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28세 공무원 준비생 김모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대부분 풀렸어도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공무원 시험을 위해 매일 도서관을 향한다. 공무원 외 다른 직종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여전히 취업문이 좁다는 이야기를 주변서 듣는다. 김씨는 "친구들에 비해 늦는 것 같아 빨리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거리두기 제한 해제는 취준생과 별개의 이야기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면서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지만 취직 시장은 여전히 체감상 차갑다. 취준생들은 경제가 활성화되는 만큼 일자리도 늘어나길 원하지만 갈수록 취업 준비 환경은 불리해지고 있다.
지난 18일 정부는 영업시간 등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을 풀었다. 아울러 날씨도 따뜻해지면서 나들이 명소마다 사람들은 몰리고 있다. 해외를 가기 위해 공항으로도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면서 지난 1일 인천공항 이용 인원은 2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2020년 3월9일 이후 약 25개월 만이다.
하지만 취준생들은 거리두기 제한 해제로 인한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취준생 박모씨(27)는 "친구들이 1박2일 여행 가자고 했지만 거부했다"며 "주변서 노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공부에 방해된다"고 말했다. 구직단념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구직단념자는 62만8000여명으로 2016년 대비 약 18만명 늘어났다. 6개월 이상 구직하지 못한 장기실업자도 지난해 상승 전환됐다. 이 가운데 2030 세대가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바뀌고 있는 기업들의 채용 기조도 취준생들에겐 부담이다. 기업들은 기존 공개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방식을 바꾸고 있다. SK그룹과 롯데그룹 등은 올해부터 수시채용으로 전환된다. 이미 한화는 2018년, LG는 지난해부터 수시채용 방식을 택하고 있다.
채용연계형 인턴도 늘어나는 추세다. 인턴 활동을 하는 동안 취준생들은 다른 기업의 채용일정을 따라가기 어려워 선호하지 않는 채용 방식이다. 채용연계형 인턴 활동 중인 한모씨(32)는 "수시채용 자체도 적응되지 않고 인턴 중엔 취업 계획을 짜기 힘들다"며 "코로나19가 풀린다고 해도 이 같은 기조 유지될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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