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서울 아파트 매매 938건…8개월 만에 증가세 반전
아파트 값도 11주 만에 보합…용산구 한달새 0.38% 올라
재건축·대출 규제 완화 등 시장친화적 정책 기대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8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격도 하락세를 멈췄다. 대선 후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다. 전세도 이사철에 은행권의 대출 재개가 맞물리며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는 용산구가 대선 후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이란 점은 달라진 정치 지형에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즉각적으로 반응하는지 보여준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이날 기준 938건이다. 지난해 8월(4064건)부터 올해 2월(805건)까지 7개월 연속 감소해오다 8개월만에 증가로 반전했다.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2006년 월별 통계 집계시작 이후 처음으로 1000건을 밑돌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대선을 계기로 반등한 셈인데 시장에서는 매매 계약 등록 신고 기한(30일)을 고려하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1000건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4일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으로 11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을 기록했다. 재건축과 대출 규제완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등 새 정부의 시장 친화적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선 이후 한 달 만에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는 모두 상승 전환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규제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도시정비사업(재건축) 이슈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특히 용산구가 최근 한 달새 가장 큰 오름폭을 보였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대선 직후 한 달 동안 용산구 아파트값은 0.38% 올라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용산구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뿐 아니라 용산공원 조성, 철도정비창·유엔사 부지 개발사업, 한남뉴타운 재개발, 한강변 35층 룰 폐지 등 호재가 많은 곳이다.
용산구 아파트는 최근 거래에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것은 물론 호가도 한 달 만에 2억 넘게 껑충 뛰어오르고 있다. 지난 3월 말 거래된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06.90㎡의 매매가는 85억원. 지난해 7월 72억8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8개월 만에 12억2000만원 올랐다. 용산 집무실 인근 신축 아파트인 용산e-편한세상 전용면적 109㎡의 호가는 현재 21억원으로 지난달 매매가 18억4000만원에서 2억6000만원 뛰었다.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는 "윤 당선인이 임기 안에 성과를 내야 하기에 용산공원 조성도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임대차 시장에서는 봄 이사철에 따른 임대 수요 증가로 전·월세 물건이 감소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서울 아파트 전세와 월세 물건은 각각 17.7%, 17.5% 줄었다. 전세 대출 문턱이 다시 낮아지면서 가격도 꿈틀거리는 모습이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보라매SK뷰 전용 84.98㎡는 지난 2일 13억원(23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해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일각에서는 2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전·월세 물건의 만기가 돌아오는 8월부터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년간 가격을 5%밖에 올리지 못했던 임대인들이 한꺼번에 4년치 인상분을 반영하면서 일시에 전·월세 가격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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