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 안한 하운드 4마리, 산책하던 푸들 습격
'입마개' 의무 없는 반려견도 개물림 사고 빈번
"어떤 개든 공격성 보일 수 있어…견주 책임의식 중요"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수가 늘고,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지만 이에 걸맞은 펫티켓(pet+etiquette)은 지켜지지 않아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중형견이 소형견을 공격해 죽게 하고 사람까지 다치게 한 '개물림'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 중형견들은 입마개 착용 의무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의 반려견이 타인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음을 견주가 인지하고 있었다면 이 같은 인명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일 광주 서구 쌍촌동의 한 도로에서 중형견 4마리가 소형견을 공격해 죽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중형견 4마리는 사냥개로 쓰이는 하운드종으로,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채널A가 공개한 사고 당시 영상에는 하운드 무리의 공격을 피해 견주 A씨가 푸들을 안고 도망치는 위급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하운드 무리는 끝까지 쫓아가 A씨를 에워싼 뒤 푸들을 공격했다. 결국 무리 중 한 마리가 A씨가 안고 있던 푸들을 물어 낚아챘다.
이후 푸들은 동물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고, A씨는 손가락과 손목 등을 물리는 부상을 당했다. 하운드 무리는 견주가 산책하려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목줄을 채우는 과정에서 밖으로 뛰쳐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의 일차적 원인은 견주가 목줄을 놓친 것이지만, 이런 상황을 대비해 입마개 등 안전조치를 했었다면 다른 반려견을 해치는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운드종은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한 맹견 5종(도사견·아메리칸 핏불테리어·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스태퍼드셔 불 테리어·로트와일러)에 속하지는 않아 입마개 착용 의무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맹견으로 지정되지 않은 종의 개물림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해 5월 경기 남양주 야산에서 50대 여성이 개에 물려 사망한 사건도 풍산개와 사모예드 잡종으로, 맹견에 속하지 않았다. 같은 해 8월 양주시에서는 대형견이지만 순한 종으로 알려진 골든 리트리버가 6세 여아와 40대 여성을 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모든 개를 대상으로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이 사고를 막을 유일한 방법일까. 전문가는 사고를 예방할 근본적 방법은 견주의 책임 의식 개선이라고 강조한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맹견으로 규정된 종이 아니더라도 개는 특정한 상황에서 공격성을 보일 수 있다. 내가 기르는 개는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그러나 모든 개에게 입마개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도, 가능한 일도 아니다. 다만 나의 개가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안전 조치를 취하는 것이 책임 있는 견주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개물림 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하자 최근 국회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맹견 사육 허가제'를 도입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맹견을 사육하려면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현행법상 맹견에 해당하지 않는 견종도 기질 평가를 거쳐 맹견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대표는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맹견 5종은 사실 과학적인 조사를 거쳐 정해진 것이 아니다. 사람이 보기에 위협적이고 공격적일 것 같아서 맹견으로 규정된 것인데, 얌전해 보이는 개들이 공격성을 가진 경우도 있다"며 "이런 다양한 경우를 법으로 포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법 개정은 긍정적이다. 다만 사회적 문제는 법 개정만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견주들의 책임 의식도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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