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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총알 피해 한국 들어온 동포들 “전쟁 싫다”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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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려인마을·단체 등 50여명 ‘평화 기원’ 캠페인

“전쟁 빠른 종식만이 동포들의 안정 되찾을 수 있어”

러시아 총알 피해 한국 들어온 동포들 “전쟁 싫다” 한목소리 3일 오후 광주 고려인마을 관계자와 최근 러시아 침공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동포들이 광산구 월곡동 다모아어린이공원에 모여 '평화 기원'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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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우리는 전쟁이 싫어요. 제발 전쟁을 멈춰주세요. 제발…”


3일 오후 5시 30분께 광주광역시 광산구 고려인마을 인근 다모아어린이공원이 모처럼 분주한 분위기가 흘렀다.


작은 공원인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평소 이곳은 비교적 조용했는데 이날은 달랐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고향을 떠나 대한민국으로, 거기다 광주고려인마을로 들어온 동포와 시민단체가 모여 ‘평화 기원 캠페인’을 열면서다.


이곳에 모인 50여명은 ‘월곡에서 부는 평화 바람 고려인마을에서 우크라이나까지’라는 주제로 행사를 열었다.


힘겨운 난민 생활을 이어오다 최근 국내로 입국한 동포와 가족, 월곡유라시안공동체(14개국)가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를 기원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서 있는 한 소녀도 눈에 띄었다.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남아니따(10) 양이었다. 남아니따 양은 총성이 끊이지 않는 접전지를 피해 우크라이나 지역 곳곳을 떠돌다가 지난달 수도 키이우에서 국경을 넘어 헝가리 부다페스트 도착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동포로 고려인마을에 거주하고 있던 남루이자씨의 손녀로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조부모와 아버지가 살고 있는 광주 고려인마을로 와서 지내고 있다.


남아니따 양은 “전쟁은 나쁘다. 많은 사람이 죽는다. 엄마는 스페인으로 갔는데 많이 보고 싶다”고 외쳤다.


당시 탈출 과정을 회상하며 “살고 있던 집이 폭격으로 처참히 무너져 내렸고, 수도에 도착했을 때도 뼈대만 남은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며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광경이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도 이곳에서 조부모와 아버지의 돌봄을 받으며 휴식을 취한 덕분인지 구김살 없이 밝게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관련 서류를 준비하며 입학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 살이가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녀는 “한국에서 지내보니 여기서 쭉 살고 싶어졌다”며 “한국어를 배워 학교에 들어가 공부도 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유럽의 화약고를 피해 ‘할아버지의 조국땅’을 밟은 이미카엘로(41)와 김옐로나(38·여) 부부도 보였다.


수개월간 광주에서 기술자로 일해 온 남편 미카엘로씨는 가족들이 사는 남부 므콜라이우로 전선이 확대되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비행기표를 끊고 돌아갔다.


지난달 7일 루마니아에서 부부는 눈물의 상봉을 하고 현지 한국대사관에서 2주 넘게 기다린 끝에 단기방문비자(C3)를 발급받아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친구집에서 잠시 신세를 지고 있는 탓에 아들(14)과 딸(10)은 경기도 안산의 동생집에 맡겨두고 내려왔다.


미카엘로씨는 “원룸에서 가족 4명이 살기에는 너무 비좁아서 잠시 떨어져 살고 있다”며 “지금까지 모아둔 돈은 피난길에 거의 써버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여건을 갖추게 되면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구할 것”이라며 “안산에 있는 아이들만 괜찮다면 한국에 정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인 단기비자 고비를 넘긴 뒤에 고려인마을의 도움을 받아 전셋집을 구해볼 생각이다.


이날 캠페인에 참석한 이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해주세요’,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한마음 한뜻으로 “전쟁이 싫다”고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2월 24일 아침에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과 아침 인사를 했다”며 “그 후 행복했던 일상이 무너져내렸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날 해주지 못한 저녁 식사를, 사랑하는 가족에게 굿나인 키스를 다시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와 고려인마을 관계자는 “전쟁이 빨리 끝나는 것 만이 우크라이나 국민은 물론, 현지 고려인 동포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길”이라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 캠페인을 진행해 이들의 바람을 세계에 계속해서 전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인마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참혹한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한편, 모금 활동을 통해 동포들이 국내 입국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bless4y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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