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층 많은 20·30세대 女 표심, '캐스팅 보터'로
이재명·윤석열, 20·30세대 男에만 집중한단 비판 나와
여성 표심, '제3지대'로 향할 것이란 전망도
여성단체 "후보들, 성평등 사회 만들자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아"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20·30세대 여성들의 표심이 여전히 갈 곳을 잃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양당 후보는 여성 인재 영입으로 이들의 표심을 공략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30세대 여성들 중 다수가 아직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TV조선이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년 대선에서 투표할 후보를 결정했는가'라는 질문에 20대 여성의 74.5%, 30대 여성의 65.2%가 각각 '아직 못했다'고 답했다.
◆ 남초 커뮤니티 찾는 李, 무고죄 처벌 강화하겠다는 尹…女 표심, 제3지대로?
일각에서는 양당 후보가 20·30세대 남성 표심에만 몰두하면서 같은 세대 여성의 지지를 잃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여럿 방문하며 청년 세대와의 온라인 소통에 나섰다. 그러나 그가 방문한 커뮤니티가 주로 남성들이 이용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여성단체들의 비판이 나왔다.
그는 9일 '에펨코리아'를 찾아 "여기서는 제가 너무 비호감인 것 같아 조심스럽다"면서도 "여기 나오는 정책 제안이나 비판을 한마디라도 더 보고 가면 나쁘지는 않지 않느냐"는 글을 남겼다. 이 후보는 앞서 전날에는 '보배드림'을, 지난 2일에는 '디시인사이드'를 방문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공약으로 남성 표심을 공략했다. 그는 지난 10월21일 청년공약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다음날인 22일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무고죄는 현실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는데 활용되는데, 성폭력특별법에도 신설하겠다는 건 피해자에게 한번 더 굴레를 씌우는 일"이라며 "(지난) 2017~2018년 통계를 살펴보면 무고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6.4%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대표는 "윤 전 총장이 말하는 청년에 여성은 없느냐"며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는 행위는 공정한 것도 청년을 위한 것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양당 선대위는 여성 지지율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 인재를 영입했으나, 그 과정 또한 매끄럽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30일 오전 '영입인재 1호'인 조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영입을 직접 발표했으나, 그는 사생활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이를 두고 일부 안티페미니즘 단체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이 교수의 선대위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반발이 거셌다.
'캐스팅 보터'로 떠오른 20·30세대 여성들의 표심이 '제3지대'로 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4월7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방송3사(KBS·MBC·SBS)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 유권자의 15.1%가 양당이 아닌 군소정당, 무소속 등 제3지대에 표를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 여성단체 "대선서 성차별 해결 의지 실종…여성들, 안전에 대한 위협 느껴"
여성단체는 양당 후보가 그리는 청사진에 성평등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윤미영 서울여성회 사무처장은 "두 후보가 젠더 폭력, 임금 차별 등 성차별 이슈가 중요하다고 여긴다면 공약 등 여러 면에서 고민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그러나 두 후보에게선 우리 사회의 성차별을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발생한 교제살인 등 젠더폭력 사건을 언급하며 "특히 20·30세대 여성들은 안전·생존에 대한 위협을 심각하게 여기고 이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양당 후보가) 귀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사무처장은 다가올 대선이 '젠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결과는 열어봐야 알겠지만, 여성들은 실질적으로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공약을 내는 후보에게 소신 투표를 할 것"이라며 "(동시에) 성차별을 강화하고 성평등에 역행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일을 막기 위한 고민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오는 12일에는 현 대선을 '여혐 대선'으로 규정하고 비판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샤우트 아웃' 시위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12일 오전 양당 당사 앞 시위 개최를 알리며 "여성을 유권자로도 생각하지 않은 채 여성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여성혐오를 방관한 남성 중심적 정치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자 시위를 주최하기로 했다"고 비꼬았다.
이어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소리내고 행동해야 할 때다. 우리가 소리내지 않으면 이미 사회적으로 시작된 여성들에 대한 축소와 핍박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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