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9일 "미국 시장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한국 등에서 수입한 배터리셀을 미국 공장에서는 배터리 팩으로 만들어 완성차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하겠다는 건 미국 내 배터리셀 생산설비까지 새로 짓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경쟁관계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잇따라 미국 내 투자계획을 밝혔는데 삼성SDI가 미국 진출을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 사장은 이날 코엑스에서 열린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1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최근 업계에서 소문이 돌고 있는 합작법인(JV) 설립 여부와 관련해선 "고객사와 관련한 내용으로 언급하긴 어렵다"면서도 "생각은 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완성차·배터리 업계나 증권가에선 삼성SDI가 그간 오랜 기간 배터리를 공급해온 BMW와 JV 설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확실한 수급처를 둬야 할 배터리업체나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갖춰야 할 완성차업체 양사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성SDI가 미국 직접 진출을 살펴보는 건 전기차 보급확대를 공언한 바이든 행정부가 현지 생산공장을 종용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유럽·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완성차시장으로 꼽히는데 전기차에 국한하면 절반도 채 안된다. 다만 연방정부 차원에서 인프라를 늘리고 보조금을 확대하고 나서면서 앞으로 성장가능성은 가장 클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현지에서 가장 기본 단위인 배터리 셀을 생산해 전기차업체에 납품해야만 관세를 물지 않는 터라 현지 공장 설립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예상돼 왔다. 삼성SDI는 CATL·LG에너지솔루션·파나소닉·BYD에 이어 글로벌 5위권 배터리메이커로 꼽힌다. SNE리서치가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판매량을 기준으로 배터리업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삼성SDI 배터리 사용량은 3.5GWh로 점유율은 5.4% 수준이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국내 업체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배터리 셀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현재 있는 미국 배터리팩 공장이 미시간주 오번힐스에 있으나 검토중인 신규 공장이 인근에 자리잡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배터리 셀 공장을 위해선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데 현 공장 인근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공장과의 접근성 등을 감안해 가까운 지역에 둘 가능성은 있다. LG와 마찬가지로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이를 감안해 부지를 정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SDI가 미국 내 배터리셀 공장을 둔다면 톈진·시안(중국), 헝가리 괴드(유럽)에 이어 주요 전기차 시장에 모두 생산거점을 갖게 된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