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에 경쟁 치열해져 은행 기여도 ↓
증권·보험 등 비은행부문 증가세는 '훌쩍'
금융지주는 M&A 위해 '실탄' 확보 나서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용어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기업시장에서 인수합병(M&A)은 트렌드가 됐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M&A 거래 금액이 1년 전보다 15%나 늘었죠. 인수와 합병에 큰돈이 들지만 이후 파급력이 훨씬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금융지주사도 마찬가진데요, 금융사들은 M&A 매물을 찾고 기업을 사기 위한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금융사들은 왜 M&A에 집중하게 됐을까요. 또 어떤 기업을 인수하고 싶은 걸까요.
금융사들이 M&A에 적극적인 건 그만큼 기존 계열사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과거 금융지주 수익은 대부분 은행에서 나왔습니다. 예금고객의 돈으로 대출을 실행하고, 이자를 받아 실적을 냈죠.
하지만 은행 경영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불경기로 세계 각국은 오랫동안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의 출현으로 경쟁은 더욱 심해졌고요. 정부의 대출 옥죄기 정책과 배당제한, 충당금, 각종 규제법안은 은행의 수익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도 마찬가집니다. 금융지주는 더 이상 은행으로만 먹고살기 힘들어진 셈입니다.
그런데 비은행(증권사·보험사·카드사·캐피탈)의 성장세는 아주 가파릅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 자료를 보면요, 국내 10개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농협·BNK·DGB·JB·한국투자·메리츠)의 자산과 실적이 나와 있습니다. 이들은 총 2946조3000억원의 자산을 올렸는데 금융투자업의 증가세가 아주 가파릅니다. 21.1%나 증가했어요. 그다음이 카드사가 속한 여신전문금융회사로 19.5%, 보험이 뒤를 이어 18.2% 늘었습니다. 은행은 증가세가 9.9%에 불과했습니다.
비은행 기여도 절반 육박, 눈부신 증권사 실적
금융지주가 아주 적극적으로 M&A에 임하는 이유가 이해되시나요. 현재 10개 금융지주의 자회사와 손자회사는 264개입니다. 1년 전보다 21개(8.6%) 많아졌죠.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 등 12개 자회사를, 신한금융지주는 네오플럭스 등 7개 자회사를 샀습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아주캐피탈 등 2개사와 더케이손해보험 1개사를 인수했고요.
실제 실적은 어떨까요. 업종별로 규모가 달라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번 1분기 KB금융지주의 순이익 중 비은행 계열사 기여도는 48.6%입니다. 2020년 1분기에는 26.2% 밖에 되지 않았죠. 신한금융지주도 전체 48.1%의 수익이 비은행에서 나왔는데, 지난해보다 13.6%포인트 늘어난 겁니다. 1년 만에 그룹사 전체 수익의 절반이 비은행에서 나오게 된 겁니다.
특히 증권사들의 실적이 눈부셨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던 것 기억하시나요? 거래량과 금액이 훌쩍 늘고 기업공개(IPO)에도 막대한 자금이 몰리면서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이번 1분기 농협금융지주의 NH투자증권은 25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1년 전보다 700%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KB증권은 153.8%,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260.4%, 192.6%씩 성장했고요.
금융지주는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거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업이 매물로 나오면 곧바로 살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죠. 신한금융지주가 손해보험사를,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사를 노리고 있다는 얘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또 어떤 M&A가 이뤄질까요.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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