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이곳저곳 널브러진 전동킥보드
정부, 주차 가이드라인 제시했지만 '양심 문제'라는 지적도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결국 양심의 문제 아닐까요." , "가이드라인이 나왔으니 두고 봐야죠."
10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 한 번화가 골목에 들어서자 널브러진 전동킥보드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아무렇게나 이리저리 쓰러진 킥보드로 인해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통행을 할 수 없었다. 일부는 아예 인도에 쓰러진 킥보드를 피해 잠시 도로로 내려와 걷기도 했다.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는 2018년 9월 국내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후 서울의 경우 지난 5월 기준, 15개 업체에서 총 1만6580여 대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늘어난 킥보드만큼이나 주차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킥보드 이용을 마친 일부 시민들의 경우 그 자리에 버리듯 두고 가는가 하면, 아예 도로 위에도 내버려두고 사라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시민들은 입을 모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길거리 킥보드 방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 40대 직장인은 "킥보드가 발에 치이는 문제가 하루 이틀도 아닌데, 왜 아직도 개선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회사원 이 모(37) 씨는 "이 문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라면서 "누가 킥보드에 발이 걸려 큰 사고라도 일어나야 (문제가)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의 의견과 같이 도심 킥보드 방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9월 서울시는 킥보드 주차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시는 킥보드 주차권장구역으로 ▲가로수·벤치·가로등 등 보도에 설치된 주요 구조물 옆 ▲ 자전거 거치대 주변 ▲ 이륜차 주차장 ▲ 보도 측면 화단·조형물 옆 등 12가지 유형의 장소를 꼽았다.
주차금지구역으로는 ▲ 차도·자전거도로 ▲ 차도와 인도 사이 턱을 낮춘 진입로 ▲ 횡단보도·보도·산책로 진입을 방해할 수 있는 구역 ▲보도 중앙 ▲ 버스정류소 및 택시승강장 10m 이내 등 14개 유형을 꼽았다.
이어 지난달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제8차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 결과를 발표하며, 전동킥보드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주·정차 금지 구역은 총 13개다. ▲보도 중앙 ▲건널목·산책로 ▲점자블록·엘리베이터 입구 ▲버스정류장·택시 승차장 ▲건물·상가 보행자 진·출입로 ▲차도 ▲턱을 낮춘 진·출입로 ▲자전거 도로 ▲소방시설 5m 이내 구역 ▲육교 위와 지하 보차도 안 ▲계단·난간 ▲터널 안과 다리 위 ▲통행 제한 구간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킥보드 방치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킥보드 이용자들은 여전히 자신이 사용한 킥보드를 거리 곳곳에 던지듯 반납하고 있다. 주차금지 구역 등 시에서는 킥보드 주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권고 사항이라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렇다 보니 킥보드 운영 업체들은 전문 수거 차량을 따로 운영할 정도로 거리 킥보드 정리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상 역부족이라는 게 시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평소 킥보드를 많이 이용한다고 밝힌 20대 대학생 김 모 씨는 "킥보드 회사에서 정리하고 있지만, 문제는 킥보드가 길에 쓰러졌을 때 그 순간이라면서, 길에 방치되고 1시간 지나서 정리해봤자 무슨 소용이냐"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킥보드는 어차피 한번 이용하고 그만 이용하거나, 다른 킥보드를 사용할 수 있어 관리에 대해서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이 이용한 킥보드를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아무렇게나 주차를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지속적인 관리 운영으로 거리 킥보드 주차 문제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4차위는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에 가이드라인을 송부하고, 향후 정책추진과정 모니터링 및 그 결과를 이해당사자에게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해당 가이드라인을 각 지자체가 공유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모빌리티 관련 정책의 초석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윤성로 위원장은 "향후 합의 사항들이 실질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할 것"이라며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이 이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의제별 이행 여부를 지속해서 점검해 나갈 것이며, 법 개정 등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정부 및 국회와도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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