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전대규의 7전8기]계속기업가치의 함정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6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전대규의 7전8기]계속기업가치의 함정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AD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회생절차는 기업이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회생절차의 목적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기업이 계속기업가치(going concern value)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계속하도록 하는 것이다.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liquidation value)보다 크면 회생절차는 관련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채권자들은 장래에 기업이 취득하게 될 계속기업가치를 재원으로 더 많이 변제받게 되고, 종업원들은 일을 계속할 수 있으며, 주주는 투자금을 보존할 수 있다.


계속기업가치는 회생절차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다. 회생절차를 계속 진행할 것인지, 회생계획안을 사업계속형(존속형)으로 작성할 것인지 청산형으로 작성할 것인지, 제출된 회생계획안을 관계인집회 결의에 부칠 것인지 등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계속기업가치의 산정이 필수적이다. 계속기업가치란 기업을 계속 존속시키면서 정상적으로 영업을 해 나갈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를 말한다. 회생절차를 계속 진행하고 관계인집회 결의에 부치기 위해서는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커야 한다. 청산가치란 기업이 청산을 통해 해체 소멸되는 경우 기업을 구성하는 개별 재산을 분리해 처분할 때의 가액을 합산한 것을 말한다. 계속기업가치는 이해관계인에게 분배할 재원이 되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제시함으로써 회생계획안의 기본 골격을 형성하고, 청산가치는 이해관계인에게 보장돼야 할 최소한의 몫으로 두 가지 가치의 정확한 산정은 매우 중요하다. 실무적으로 청산가치는 별다른 다툼도 없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항상 다툼이 있고 문제가 되는 것은 계속기업가치다.


계속기업가치는 기업의 미래 현금(수익) 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할인)하는 현금흐름할인법에 의해 산정한다. 현금흐름할인법은 미래에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현금 흐름을 해당 기업의 위험도를 반영한 적정할인율로 현재 가치화한 것이다. 예컨대 기업이 매년 100억원의 현금(수익)을 10년 동안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이들 현금 흐름에 적절한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 시점의 가치로 환산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적정 할인율은 무위험 이자율(기본 할인율)에 위험 프리미엄(권고 범위가 2.5~6.5%이나 보수적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통상 6.5%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을 더한 것을 사용한다.


문제는 미래의 현금 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적정 할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무위험 이자율에 위험 프리미엄을 합하면 일반적으로 9~11%의 정도에 이른다. 현재와 같은 제로금리 시대에서 적정 할인율로는 너무 높다. 이로 인해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의 계속기업가치는 현저하게 낮게 산정돼 청산가치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기업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초과할 경우 실무적으로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기각하거나, 회생절차를 폐지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비교법적으로는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초과하는 경우 회생절차를 폐지하도록 규정한 예를 찾기 어렵다. 미국은 회생계획 인가 요건으로 청산가치 보장원칙(회생절차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청산할 경우보다 많아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초과할 것을 절차 계속의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 일본도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초과하는 것을 절차 계속의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청산가치 보장원칙을 회생계획인가(채무자의 변제계획을 법원이 승인하는 것)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지도 않다.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기각하거나 회생절차를 폐지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계속기업가치는 장래의 예상된 가치에 지나지 않고 그 실현 가능성도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본질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적정 할인율에 대한 고민도 다시 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생물이므로 사업 실적은 언제든지 호전될 수 있고, 근로자의 생활 터전이라는 점에서 조기에 회생절차에서 탈락되는 일이 없도록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