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 "확진자나 가족에 대한 낙인찍기 멈춰야"
전문가 "'내 가족이라면' 생각해 봐야"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동네 사람들이 저쪽은 가지 말라고 그래요. 확진자 나온 아파트라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비롯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연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확진자 인근 일부 주민들이 확진자나 그 가족을 아예 피해 다니자는 움직임을 보여, 환자들이 남 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따돌림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일부지만 확진자를 따돌리는 사람들은 언론에 공개된 동선이나, 코로나19 관련 정보 등을 취합해 자신과 가장 가까이 위치하는 확진자를 특정한다. 이어 해당 정보를 지인들과 공유, 이 확진자를 피해가거나 직간접적으로 비난한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A(89) 씨는 "동네에 나가면 주민들끼리 확진자가 나온 아파트 쪽으로는 가지 말라고 수군거리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동네 사람들이 그 집 가족들을 피해 다니기도 하더라. 확진자 가족이 코로나19 '음성' 결과가 나와도 피해 다니는 건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지도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밝힌 대학생 B 씨는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에 대해 구청이나 방역 당국이 철저히 방역했다는 점은 알고 있으면서도 내심 마음 한편으로는 찝찝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B 씨는 "아무래도 코로나19가 공기 중으로도 전파가 됐다는 기사 들을 접하면서 마음이 조금 불안해진 것도 사실이다"라며 "확진자 동선 지도를 보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동네는 최대한 피해간다든가 하는 식으로 동선 지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나 가족에 대한 낙인찍기, 차별 등을 멈추고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지난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김강립 1총괄조정관은 "확진자나 접촉자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과 낙인찍기를 멈춰달라. 이런 행위는 우리 사회 연대와 협력 정신을 약화시켜 코로나19 대응을 더 어렵게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8일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 필요한 건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협력과 연대"라며 "확진자를 낙인찍고 허위·왜곡 정보를 유포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은 삼가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와 같이 전염병 등으로 인한 생존에 두려움이 있는 상태에서 '낙인찍기'는 인간에 있어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해보다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을 가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에게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생존 욕구와 관련된 근본적인 욕구다. 안전과 생명을 위협받을 때는 다른 것들을 고려할 여유가 없어진다"라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아가는 시민들이 이런 상황 속에서 비난할 대상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교수는 "다른 사람을 쉽게 비난하고 혐오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편 가르기 문화를 기반으로 한 낙인찍기 현상은 사회적 성숙도에 따라 달라지는 지표로 볼 수 있다. 감정을 느끼는 것과 표현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공동체를 위해 낙인찍기를 하지 말아야 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함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에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낙인찍기를 당하며 비난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내 가족이라면 어떨까'라고 견주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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