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도, 일부 이주민에 한해 재난지원금 지급
시민들 "이주민도 지원금 지급" vs "외국인 지원까진 한계있어" 갑론을박
이주공동행동 "미등록 체류자 포함 모든 이주민에 재난기본소득 지급" 촉구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각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이민자는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하는만큼 지원 대상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주민들에게도 지급해야 한다며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주민들도 적지 않아 이들을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중위 소득 100% 이하 가구 중 기존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117만여가구를 상대로 재난긴급생활비 신청을 받고 있다. 당초 한국 국적자와 혼인·가족 관계에 있는 외국인만 지원 대상에 포함됐으며, 재외국민 등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서울에 거주중인 재일동포 3세 K 씨가 재외국민이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차별이라고 민원을 제기하자, 시는 재외국민이라도 주민등록이 있는 사람을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18일 밝혔다.
경기도 또한 당초 재난기본소득 지급 시 대상에서 제외됐던 외국인 중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에게는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불법 체류자나 단기 입국자 등 모든 외국인에게 지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결혼이민자는 국적취득을 하지 못한 상태지만 내국인과 결혼해 사실상 내국인이고, 영주권자는 내국인과 차별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 추세임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조처에도 여전히 차별적 행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내국인과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은 이주민과 난민 등은 재난지원금 대상서 제외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주공동행동 등 62개 이주민 인권단체는 지난 2일 서울시와 경기도가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 중국 동포 등 이주민을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단체들은 이날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경기도의 재난지원금은 기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그러나 이들 지자체는 오히려 이주민 계층을 정책에서 소외 시켜 이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직장인 A 씨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 아니냐"면서 "체류하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세금을 낸 외국인에게는 지원금을 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난민이나 불법체류자들에게는 국가가 지원금까지 줄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혈세만 낭비할 뿐"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자국민에게 더 큰 지원을 해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런가하면 서울시 서초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B(28) 씨는 "국가적 재난상황인만큼 일시적으로라도 의료 보험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재난 지원금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B 씨는 "단순히 우리나라만 재난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라 팬데믹까지 이르지 않았나. 지금 상황에서 단순히 세금이 아깝다고 의료 지원 또는 재난지원금 등 복지를 제공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방역망이 뚫릴지 모르는 일"이라며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을 포함해 다같이 방역 수준을 높여야 코로나19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을 거다"라고 강조했다.
해외 일부 국가는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 거주자들을 위한 대책을 앞다퉈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이주민과 난민에게 임시 시민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모든 이주자와 난민 신청자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부여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의 수를 줄여 방역 구멍을 막기 위함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또한 불법 이민자 15만 명에 500달러(한화 약 61만원)를 현금 지급하겠다고 지난달 15일 밝혔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현지 노동인구의 10%가 불법이민자이며 이들이 지난해 25억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냈다면서 "국외 추방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캘리포니아 시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주는 분들에게 무한한 감사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편 이주공동행동은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뿐 아니라 경기도에 사는 모든 이주민들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을 촉구했다.
이주공동행동은 17일 성명을 발표하고 "경기도는 코로나19 재난이라는 상황에서 경기도민을 구분하고 이주민들 내에서도 구분해서 나누면서도 '모든 경기도민'이라 일컬으며 이주민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이어 "이 힘겨운 재난상황에서 함께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구분하고 나누지 말라"며 "모든 경기도민에는 이주민도 포함된다. 미등록체류자를 포함 이주노동자 인권도 인권이다. 경기도에 사는 미등록 체류자를 포함 모든 이주민에게 차별 없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라"고 강조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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