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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규의 7전8기]양준일·조앤 롤링의 '실패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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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규의 7전8기]양준일·조앤 롤링의 '실패 예찬'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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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레트로(retro)를 넘어 뉴트로(newtro)가 유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음악은 다른 어떤 분야에서보다도 뉴트로 열풍이 강하다. 이러한 뉴트로 열풍 속에서 양준일이라는 가수는 단연 이목을 끈다. 그는 1991년에 데뷔해 얼마 후 사라졌지만 지난해 온 국민의 관심 속에 12월31일 첫 팬 미팅을 했다. 그에게 흥미를 느낀 부분은 한순간 그는 철저히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한 연예 프로그램(슈가맨)을 통해 그는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게 됐다.


양준일은 1991년 당시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시대를 앞서간 천재적인 시도였지만), 그래서 실패한 음악을 한 이유에 대해 "하고 싶던 음악이고, 음반 내고 망하는 것이나 치킨집 내고 망하는 것이나 같은 것 아니냐"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철저하게 실패해봤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게 아니냐고. 그의 말에 진심이 담겨 있고 실패를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깨달았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디선가 그의 노래 '리베카'가 들려오면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직장 생활을 하다 결혼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은 파탄이 났고 싱글맘으로 살아간다. 대학 졸업 후 7년, 그녀의 삶은 어느 모로 봐도 완전히 실패한 삶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러한 절망적인 삶 속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고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녀는 2008년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그녀가 축사에서 한 이야기 중 하나가 실패의 유익함이었다. 그녀는 실패하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롤링은 실패로 얻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실패는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벗겨내 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으로써 실패한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모든 열정을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긴 소설 한 가지에 쏟아부을 수 있었다고 했다. 소설 외에 다른 것에 성공했다면 진심으로 원하던 소설을 쓰는 일로 성공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녀는 그토록 두려워하던 실패를 경험했기에 마침내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극도로 몸을 사리고 조심하면 실패를 면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사는 것은 삶이 아니다. 실패가 두려워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면 실패한 것이 없어도 삶 그 자체가 실패다. 우리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우리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가 얼마나 끈끈한지는 시련을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말도 그녀는 덧붙인다.


우리 사회는 실패에 대해 관대하지 못하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벤처창업기업의 평균 실패 경험이 미국이나 중국은 2.8회이나 우리나라는 1.3회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는 실패에 대한 평가가 냉정하고 실패 이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다.



최근 정부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경영진을 평가하고 선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상장회사가 이사ㆍ감사의 선임에 관한 사항을 목적으로 주주총회 소집을 통지 또는 공고하는 경우 주주총회 개최일 기준 최근 5년 이내에 후보자가 임원으로 재직한 기업이 회생절차 또는 파산절차에 들어간 적이 있는지를 통지하거나 공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해당 임원이 과거 회생 절차 또는 파산 절차가 진행된 기업에 재직했는지는 경영자로서의 현재 자격에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실패했을지라도 거기서 얻는 사업가적 경험이 있고 이는 새로운 사업을 하는 데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는 인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실패하기도 한다(Businesses fail)'라는 엘리자베스 워런의 통찰력이 부럽다. 이제 우리도 실패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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