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매년 늘고 있지만 높은 의료비 부담 때문에 질병에 걸린 반려동물을 내다 버리는 등 동물 유기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 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은 2일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방안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2015년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더욱이 1, 2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를 희망하는 사람들 역시 증가추세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진료비 부담 등으로 고충을 느끼는 가구 역시 늘고 있다. 급기야 진료비 부담으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일들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반려동물 치료비 부담은 상당한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물병원 1회 방문시 평균 진료비는 11만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더욱이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수백만원대의 부담이 발생한다. 치료비에 대한 보호자들의 불신도 크다. 수의사가 진료 전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예상 진료비를 고지하는 규정 등이 없다보니, 이용자 10명 중 7명은 진료가 끝난 뒤에 진료비 정보를 듣는다. 더욱이 진료비 체계도 표준화되지 않아서 병원에 따라 진료비 부담이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부르는 게 값'인 진료비 부담을 지고 있다는 불평이 제기된다.
반면 해외에서는 반려동물 보험이 진료비 부담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보험가입률이 40%이며, 영국은 25%, 독일은 15%, 미국은 10% 수준이다. 한국은 전체 반려동물 대비 보험 가입률이 0.1% 수준이다.
국내 반려동물 민간 보험 가입 비중이 낮은 이유는 출시된 상품의 보장범위가 낮은 데다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험이 반려견에 집중된 탓에 반려묘(고양이) 등 경우에는 관련 보험 상품조차 거의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반려동물 관련 보험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반려동물 기본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등록율이 낮다보니 종, 성별, 주요 질환 발병률 같은 보험 손해율 산정의 기본 데이터도 확보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진료수가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보니, 그나마 출시된 반려동물 보험의 경우에도 보장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김 정책위원장은 "반려동물 보험 가입과 이용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민간보험 활성화를 위한 기본 전제들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동물등록제도 실효성 강화와 진료체계 표준화, 표준수가제 도입 등을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기본 데이터를 파악하는 동시에, 고무줄 진료비 문제를 고쳐 예상할 수 있는 진료비를 갖춘 뒤 관련 법령을 손봐 표준수가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준수가제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전 단계에서 '진료비 사전공지제도', 병원별로 진료비 항목을 자체 공개하는 '공시제도' 등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반려동물의 치료 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동시에 표준수가제 도입을 위한 정책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정책위원장은 "궁극적으로 반려동물보험을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이와 같은 정책들이 하루빨리 추진되어 더 많은 국민들이 반려동물과 책임감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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