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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버닝썬이 놀라운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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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어떤 연예인들이 그들만의 은밀한 장소에서 마약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 적 없나? 실제 그런 일을 다룬 뉴스도 드물지 않았기에, 이번 사건에 호들갑 떠는 세간의 모습은 어딘가 어색한 면이 있다.


돈 좀 있는 집안의 어린 친구들이 고급 업소에서 수백만 원짜리 술을 마시며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즐기고 있단 뉴스가 우리의 상상 범위를 초월하는가? 비단 강남뿐 아니라 서울 시내 골목골목 포진해 있는 유흥업소, 그들이 경찰과 유착돼 있다는 뉴스는 어떤가. 그런 장사를 하려면 조직폭력배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동네 깡패 정도는 '끈'이 있어야 한다는 것, 거의 상식에 속하지 않나? 심지어 그것이 '대형' 유흥업소라면 형ㆍ동생 하는 경찰(혹은 검사님) 한 두 명은 끼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 '합리적 의심' 아닌가? 왜들 그렇게 놀라는 척하는가.


[데스크칼럼] 버닝썬이 놀라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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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이른바 '야동'이란 것, 누군가 '후방주의(민망한 내용이니 뒤에 누가 있나 확인하고 감상하시라는 뜻)' 제목이 달린 동영상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올려놓으면 우리는 어떻게 했나. 대단한 문제의식을 느끼며 뒤도 안 돌아보고 과감하게 삭제했나. 혹은 그 대화방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죄가 될 수 있으니 황급히 '방 나가기' 버튼을 누르는 게 일반적 사람들 모습인가? 최소한 '이건 범죄 행위야, 당장 그만둬!'라고 꾸짖는 사람, 주변에 얼마나 있을까. 세상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건 이런 것들이다.


'버닝썬'이란 강남 클럽을 둘러싼 일련의 범죄들, 우리 주변에 있어왔고 지금도 이 사회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들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다. 과거 유사한 사건들에 비해 유난히 더 엽기적이거나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게이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 사건에 주목하는가. 과잉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기사 생산량과 국민적 관심은 어디서 생겨났으며 궁극적으로 어디로 향할 것인가.


흥미롭고 말초적인 스토리를 담은 의혹들이 꼬리를 물며 터지자 어떤 사람들은 '한 편의 영화'로 이 사건을 정의했다. '비리의 총집합체'라는 사건 규모가 국민적 관심의 이유라고 해석하려는 시도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피상적 정의 내리기는 버닝썬 게이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인적 일탈이나 특정 집단의 도덕적 해이 정도로 의미를 축소시킬 우려를 낳는다. 범죄자들에게 합당한 벌을 내리고 그들을 이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 우리의 최종 지향점이 될 수는 없다.


버닝썬 게이트는 돈과 권력 그리고 편법과 차별이 다른 모든 것을 지배하는 사회, 그것을 거부하려는 양식보다 그곳에 도달하려는 욕구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사회에 관한 이야기다. 더 자극적인 쾌락을 좇아 마약에 손대는 것은 그가 연예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성상납도 불사하고, 부여된 공적 권력을 사적 이익으로 치환하려는 욕구를 그들만 가진 것도, 그들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정준영은 나 자신이고 너이기도 하며, 윤 총경은 교만한 우리 모두이고 승리와 이문호는 욕망에 찌든 이 사회의 거울에 다름없다.



버닝썬은 우리 주변에 두루 걸쳐있다. 우리가 버닝썬으로부터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갖지 않는다면, 그래서 마침내 아무것도 바꿔내지 못한다면, 감옥으로 향하는 연예인 몇 명의 뒷모습으로 이 사건은 잊히고 우리는 달라지지 않은 일상으로 무기력하게 되돌아오게 될 지 모른다.

[데스크칼럼] 버닝썬이 놀라운가? 신범수 사회부장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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