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강해질수록 北의 회피법도 다양
불법환적 위해 중국판 카톡 '위챗'으로 교신
블록체인 기술도 선박거래 활용됐을 가능성
가상화폐 해킹해 약 2년간 6500억원 탈취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갈수록 강화되자 북한의 회피 방법도 다양·정교해지고 있다. 바다에서 선박간 불법 환적을 위해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통해 상호 교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거래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도 활용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의 다양한 제재회피 수법을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전문가패널이 매년 두 차례 안보리에 제출하는 것으로 대북제재의 이행과 효과에 관한 종합적인 평가결과다.
제재위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ship-to-ship) 환적이 정교해지고 그 범위와 규모도 확대됐다"면서 "석유제품의 불법 환적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항구 '남포항'은 특히 의심스러운 불법 활동의 허브로 꼽혔다. 제재위는 "남포항에서 금수품묵인 북한산 석탄이 수출되고, 불법 환적된 유류의 수입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상의 선박으로부터 남포항의 수입터미널로 연료를 옮기는 과정에서 수중송유관(underwater pipeline)이 사용되고 있다고 제재위는 설명했다.
해상 환적 수법은 더욱 정교해졌다. '선박 스푸핑(위장)' 수법도 동원됐다.
지난해 5월 22일 육퉁(Yuk Tung)호는 파나마 국적의 마이카(Maika)호인 것처럼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보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도양 코모로제도 국적의 하이카(Hika)호로 등록했다. 정작 하이카호는 동중국해에서 7000마일 이상 떨어진 아프리카 대서양의 기니만에 정박 중이었다.
제재위는 "선박 위장은 사전에 주의 깊게 기획된 것"이라며 "육퉁호와 하이카호는 같은 제조업체에 의해 같은 연도에 쌍둥이 선박으로 건조됐다"고 전했다.
해상 환적의 통신수단으로는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중국 텐센트의 위챗(Wechat)이 사용됐다.
제재위는 "동중국해·서해상 해상환적의 통신수단으로는 주로 위챗이 활용됐다"면서 "중국 위안화 지폐의 마지막 네 자리 숫자를 사진으로 찍어 위챗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서로 신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이 선박거래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홍콩에 등록된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마린 체인'의 자문역에 북한 국적 인사가 참여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설립된 업체이지만, 같은 해 9월에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북한은 정찰총국 주도로 해킹과 가상화폐 탈취로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북제재위는 "북한은 2017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아시아에서 최소 5차례에 걸쳐 가상화폐거래소를 해킹, 5억7천100만 달러(약 6458억원)를 절취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 어선 등에 대한 어업면허권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제재위는 2개 유엔 회원국이 북한이 발급한 어업면허권을 소지하고 있던 15척 이상의 중국 어선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한 회원국의 조사에서는 북한 인근 해역에서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이 200척에 이르며, 어업면허료는 한 달에 5만 위안(약 841만원)에 이른다는 증언이 나왔다.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조사받고 있는 국가는 전 세계 30개국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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