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에 베트남 국빈방문까지…北김정은 '광폭외교' 주목

2차 북·미정상회담 '하노이' 확정

김정은 베트남 국빈방문 가능성 커져

외교적 빅이벤트로 국제무대 존재감 과시

"北, 올해 외교적 고립·탈피 노력 가시화할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가 베트남 하노이로 결정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국빈방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정상국가' 면모를 과시하려던 김 위원장이 올해는 본격적인 '광폭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달 27∼28일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고 트위터에 발표했다.

베트남에서 열리는 것은 이미 확정됐지만 개최 도시를 놓고 미국은 다낭을, 북한은 하노이를 주장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하노이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자국 대사관이 있어 경호가 유리하다는 점과 함께 김 위원장이 국빈방문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베트남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베트남 국빈방문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하노이보다는 '다낭'이 유력하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하노이가 정상회담 개최지로 전격적으로 결정되면서 김 위원장의 국빈방문 성사는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방문이 이번에 성사된다면, 약 54년 만에 북한 지도자가 베트남 땅을 다시 밟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은 1958년 11월과 1964년 10월 두 차례 베트남 하노이를 찾아 당시 호찌민 주석과 정상회담했다.

베트남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 공산체제를 유지하되 경제적으로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대표적인 '체제전환 국가'다.

김 위원장은 북한 경제개발 모델로 '베트남식'을 선호한다고도 알려져왔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응웬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난다면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베트남의 노하우를 전수받겠다는 의향을 피력할 가능성도 있다.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1958년 베트남을 방문해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의 상징적 의미도 크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을 벌인 나라이지만, 1995년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미국의 동남아 전략의 핵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나는 김 위원장을 알게 됐고, 그가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충분히 이해한다"며 "북한은 다른 종류의 로켓이 될 것-경제적인 로켓!"이라고 했다. 또 "북한은 김정은의 지도력 아래 대단한 경제강국(great Economic Powerhouse)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베트남과 국빈방문이 이뤄지고, 제2차 북·미정상회담도 순조롭게 끝난다면 북한의 국제적 고립 탈출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북한은 그간 핵·미사일 실험으로 외교관 추방 등을 당하며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 왔으나, 지난해 한반도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부터 외교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해 북한은 과거 대북제재 기간 중 훼손된 외교적 입지를 복원하는 데 노력을 집중했다"면서 "특히 6월의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해외 순방 등이 더욱 활발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9년에는 "지역적인 거점들을 중심으로 외교적 기반을 강화하는 노력 역시 더욱 확대될 것"이라면서 특히 "행정부가 교체되는 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접촉 및 기존 이미지의 탈피 역시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