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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발 가격 올립니다" 고지하는 식당 봇물…식음료 죄다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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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체 '최저임금발' 가격인상 러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매달 가격 인상 발표
생수·라면·과자·음료 등 전방위 확산

"최저임금발 가격 올립니다" 고지하는 식당 봇물…식음료 죄다 오른다 가격 인상을 고지한 한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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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좀 참아 보려고 했는데, 재료값이 죄다 올라 9월1일부터 주요 메뉴 가격을 1000원 올린다고 고지했습니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어요. 올해 초 최저임금 인상도 견뎠는데, 내년 최저임금 앞두고 마지막 몸부림이에요." 서울에서 찌개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47)씨는 푸념했다. 가격 인상을 고지한 후 손님이 끊길 까봐 우려가 되지만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란 하소연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격을 올리겠다고 고지하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된 이후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순천의 한 순대국 가게 사장은 "좀 참아 보려고 했는데, 재료값이 죄다 올라 9월1일부터 육개장 가격을 1000원 올린다"고 고지했다. 앞서 삼성동의 한 해장국 가게 사장은 8월27일부터 최저임금 인상 및 원재료 단가 상승 때문에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용산구의 한 닭발집도 가격 조정 팻말을 써 붙였다. 이 가게 사장은 "일괄적인 가격 인상이 아닌 주요 메뉴 2~3개의 가격을 올리고 공짜로 주던 야채 추가 가격을 2000원가량 받기로 했다"며 "인건비 부담이 커서 메뉴 값을 조정해 보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영등포구의 한 감자탕 가게 사장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식당들이 가격 인상한다고 들썩일 때도 버텼는데 이제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며 "인건비는 물론 식재료 값도 만만치 않아 내년 최저임금이 또 오르기 전에는 가격을 올릴 계획"이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최저임금발 가격 올립니다" 고지하는 식당 봇물…식음료 죄다 오른다



올 초부터 식당 가격은 들썩였다. 식당 10곳 중 최대 8곳이 가격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올해 3월 최저임금 적용 3개월을 맞아 실시한 '최저임금 적용 2개월 외식업 영향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78.6%가 메뉴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당시 조사는 전국의 외식업체 300개소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전까지 메뉴 가격을 인상한 업체는 4곳 중 1곳에 불과했다. 이는 업체들이 메뉴 가격을 올리지 않고 감원 등으로 인건비 상승분을 감내했기 때문이란 게 외식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힘들어지면서 대다수 외식업체들이 메뉴 가격을 올리며 버틴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6월달 서울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대표 외식 메뉴 8개 가운데 7개 가격이 1년 새 올랐고 1개만 지난해와 같았다. 가격이 내린 메뉴는 하나도 없었다. 서울 지역 음식값을 보면 냉면 가격은 한 그릇 평균 8769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7962원)보다 10.1%(807원) 올라 가격 인상률이 가장 컸다. 삼겹살 가격은 200g당 1만 6489원으로 지난해보다 5.6%(868원) 올라 상승 폭이 두 번째로 컸다. 이어 김치찌개 백반(2.6%), 칼국수·김밥(1.8%), 비빔밥(1.4%), 삼계탕(0.8%) 순으로 많이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과 원재료 가격 상승 여파로 올해 주요 식품업체들도 일제히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주요 식품업체들은 매달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최소 22개 업체가 최소 28여개 품목의 가격을 올렸으며, 최대 200여개 상품의 가격이 인상됐다. 가격을 조정한 업체는 농심, 한국야쿠르트, 동원F&B, CJ제일제당, 오뚜기 등의 주요 식품업체와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의 제과업계와 보해양조,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코카콜라음료 등의 주류 음료사 등이다.


"최저임금발 가격 올립니다" 고지하는 식당 봇물…식음료 죄다 오른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장을 보러 온 주부 김소원 (38)씨는 "마트에 올 때 평균 7만원가량 지출하는데, 올해 상반기에 주요 식품 가격들이 다 올라 현재는 10만원으로 모자란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의 카트에는 생수, 라면, 만두, 과자, 음료, 커피, 어묵, 즉석밥, 캔햄, 아이스크림 등이 담겨 있었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가격이 오른 품목이다. 그는 "밖에 외식을 하러 나가도 가격이 안 오른 식당을 찾아볼 수가 없다"며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오르니 각종 원가 상승 부담을 내세워 계속 오르지 않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는 9월부터 본격적인 하반기 가격 랠리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반에 걸쳐 원가 상승 부담이 확대되고 있고, 원가를 판가로 전이 시키려는 노력도 함께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우선 폭염 피해가 나타나는 등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올 겨울 엘니뇨 발생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통계적으로 과거 엘니뇨나 라니냐 시기 후 곡물가격의 상승이 수반돼 왔다. 이번에도 이상 기후는 주요 곡물가격 상승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또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음식료 물가지수도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살펴보면 폭염이 지속되면서 신선식품지수가 전년 동기대비 3.2% 뛰었다. 신선채소는 같은 기간 2.3%, 신선과실은 2.9% 상승했다.


조미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음식료 제품 가격 인상 모멘텀은 어느때보다 강하다"며 "원재료 가격 상승,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경쟁심화로 인한 마케팅 비용 부담 확대 등은 제품 가격 인상을 정당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소비자는 "이제 한끼를 해결하려면 최소 1만원이 소요돼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안 오르는 품목이 없을 정도로 모두 가격이 오르고 있어 '외식물가'의 기세가 사납기 그지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식당 사장은 "외식 자영업자들이 먹고 살려면 가격 인상 밖에 답이 없다"며 "가격을 올리지 않는 식당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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