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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구조조정 '대마불사, 소마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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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엇갈린 운명…결국 무원칙의 대마불사 논리

조선업 구조조정 '대마불사, 소마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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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대마는 죽지않고, 소마는 반드시 패한다"

성동조선의 법정관리행(行)을 놓고 조선업계와 금융권에선 이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대마불사(大馬不死), 소마필패(小馬必敗)의 신화가 재현된 사례라는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경영부실과 천문학적 공적자금 투입에도 살아남고, 한때 경영정상화의 속도를 내던 성동조선해양이 결국은 법정관리로 가는 지금의 상황을 빗댄 말입니다.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듯 수은은 8일 기자간담회 자료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 처리가 달랐던 이유에 대해서 적어놨습니다. 다만 그 이유 역시 '대마불사의 논리'를 숫자로 바꿔 입증하는 것 같았습니다. 수은이 언급한 첫번째 이유는 회사경쟁력입니다. 대우조선은 수주보유량 세계 1위, 고부가가치 선종기술력 등 세계수준의 핵심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성동조선은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수주와 기술, 원가 부문 모두 자력생존을 위한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이죠.

매출액만 봐도 차이가 큽니다. 대우조선은 12조7000억원 수준이지만 성동조선은 4000억원에 불과합니다. 수주잔량은 대우조선이 114척, 성동조선은 5척 수준입니다. 실사결과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대우조선은 신규자금 지원하면 생존이 가능하나 성동조선은 자금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독자생존이 불확실하고 부실규모가 늘어 국민경제 부담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 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거나 청산되는 것은 당연한 경제적 논리입니다.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규모를 따지고 협력업체의 수를 따지게 되기도 것도 수긍이 갑니다. 하지만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경영정상화 조기 달성', '미들 챔피언'을 목표로 삼았던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입장이 왜 이렇게 180도 달라졌는지는 의아한 것은 사실입니다. 실사 결과가 매번 달라져 '고무줄 실사'란 논란을 낳은 것도 마찬가집니다.


문제는 대기업에 대한 대마불사의 신화는 덩치가 큰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념을 낳을 수 있다는 겁니다. 큰 기업은 살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부실을 덮어 두게 되어 위험을 키우고 그것이 또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주주와 경영진으로 하여금 '일단 덩치를 키우고 보자'는 식의 무분별한 성장전략을 부추길 수도 있습니다. 옥석가리기가 세심하게 이뤄지기 보다는 큰 기업은 살려주고, 작은 기업은 보내버리는 식의 주먹구구식 구조조정이 될 수있죠. 원칙이 없고 자의적이며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구조조정이 되어선 안될 겁니다.


비대한 기업에 매스를 들이대는 구조조정의 선후(先後)와 경중(輕重)을 잘 조절해야 하는 정책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정치하게(정교하고 치밀하게) 이뤄져야 하는 작업입니다.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에 엇갈린 이번 결정이 정책의 완급, 선후와 경중을 잘 따진 대책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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