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과학과 철학이 미친 영향
지금이 제철인 사과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과일도 드물다. 대표적인 것이 뉴턴의 사과와 스피노자의 사과나무다. 알려진 내용만 보면 사과는 과학과 철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 얘기들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만유인력을 발견한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1642년 영국의 링컨셔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 대학에 다녔던 뉴턴은 흑사병으로 학교가 문을 닫자 1665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문제의 사과나무도 고향에 있는 것이었다. 알려진 것은 1666년 이 사과나무 밑에서 졸던 뉴턴이 떨어진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퍼뜨린 이는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라는 말도 있다. 그가 뉴턴의 조카에게 들었다고 했다는데 사실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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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불현듯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게 됐다는 것은 다소 과장된 얘기겠지만 뉴턴이 이를 설명할 때 사과를 자주 인용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뉴턴과 함께 당시 왕립학회 회원이었던 영국 과학자 윌리엄 스터클리(1687~1765)가 쓴 회고록에도 이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1726년 저녁을 먹은 두 사람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뉴턴이 이와 같은 상황에서 중력에 대한 개념이 떠올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왕립학회가 공개한 자필 원고에는 "뉴턴은 만유인력의 개념이 머리에 떠올랐을 때 사과나무 아래 앉아있었다고 밝히고 사과가 옆으로나 위로 움직이지 않고 항상 지구의 중심으로 향하는 것은 끌어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뉴턴보다 10살 연상이었던 네덜란드의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가 했다고 전해지고 있는 "내일 종말이 온다고 해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는 말은 어떨까.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뉴턴의 사과와 달리 스피노자가 이 말을 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보다 앞서 살았던 16세기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가 한 말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다만 이 말이 스피노자의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의 철학과 제법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바로 삶을 긍정하는 이성의 방식이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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