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고난의 행군' 이후 붕괴된 경제, 오히려 소폭 회복세
대중 무역 의존도 90% 이상. 중국의 강력한 제재없이 효과 미미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강도높은 대북제재를 결의했지만, 여전히 우려되는 점은 이미 폐쇄경제 상황을 수십년이나 겪고 300만명이 아사했던 '고난의 행군'기를 거친 북한에 경제제재의 효과가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실제 북한경제는 1995~1998년, 이른바 '고난의 행군'기를 거친 이후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사회주의 배급체제는 붕괴된지 오래됐고 민간의 시장교역인 '장마당' 경제가 국가경제를 떠받치게 되면서 실질적인 국내총생산(GDP)규모는 물론 교역량 등도 모두 지하경제로 스며들어 알 수가 없게 됐다.
그나마 북한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는 북한의 재정규모 추이를 통해서 파악해볼 수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고난의 행군 직전인 지난 1994년, 북한의 재정규모는 191억7000만달러였는데 1995년부터는 아예 집계가 안될 정도였다가 1998년 91억달러, 이후 2003년에는 22억3000만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 자본형성, 투자, 운영자금은 물론 의료, 교육, 주택 등 기본 사회적 서비스까지 국가가 다 책임지기 때문에 이러한 재정 축소는 사실상 국가기능이 마비됐었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이처럼 1994년의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던 재정은 2004년, 25억1000만달러로 반등을 시작해 2010년 52억2000만달러, 2012년 62억2000만달러, 지난해에는 71억달러로 소폭 늘어났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는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연평균 18.2% 정도의 명목성장률을 보였는데 이는 대부분 배급제 축소, 기업보조금 폐지, 사회보장제도 축소와 조세항목 신설 등을 통한 것으로 보여진다.
경제성장률도 점차 회복세다. 대북제재 국면에도 지난 7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결과'에서 북한의 GDP 성장률은 3.9%로 나타났다. 90년대 이후 줄곧 마이너스(-) 성장이거나 기껏해야 1% 대에 머물던 성장률이 크게 증가한 것. 이미 붕괴된 사회주의 경제체재를 대신해 장마당이 김정은 집권 이후 기존의 2배 이상 늘어나면서 민간 교역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북한 정권이 대북제재를 통해 실제 느낄만한 제재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북한의 대외 무역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통일부에 따르면 1999년, 북한 전체 대외무역에서 25% 정도를 차지하던 대중무역은 지난 2015년에는 91.3%까지 급증했다. 이미 전기의 50% 이상, 석유는 7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으로 봤을 때, 경제적으로는 거의 중국에 예속된 형태로 보여진다. 결국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서지 않는 이상 북한이 실제 체감할 제재 수위는 상당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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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의 이면]①붕괴 직전의 북한경제, 그런데 왜 '채권'은 인기일까?
[대북제재의 이면]②'고난의 행군' 이후 이미 바닥 친 북한경제, 제재효과 있을까?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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