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미국은 북한 함경북도에 지진이 발생하자 B-1B 랜서 폭격기를 출격시켜 핵실험을 가정한 작전을 전개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군사옵션의 일환인 셈이다. 하지만 전력폭격기에 전술핵은 장착하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출격한 폭격기는 괌에서 이륙했지만 괌에는 전술핵을 장착한 폭격기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23일(현지시간)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 핵실험장에서 20여㎞ 떨어진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에 놓고 이뤄진 조치였다. 이날 B-1B 랜서 폭격기는 미국령 괌에 위치한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발진하고 일본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에서 각각 발진한 F-15 전투기에 호위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군사옵션의 범위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며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다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비행은 21세기 들어 북한으로 날아간 미군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통틀어 가장 휴전선(DMZ) 북쪽으로 멀리 날아간 것"이라면서 "이는 북한의 그동안 해온 무모한 행동에 대한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괌에 배치된 손꼽히는 전략무기에는 전술핵이 탑재되지 않는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B-52 폭격기 89대중 44대만, B-2폭격기 20대중 16대만 전술핵무기를 장착했다. 바로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전략핵감축조약(STARTㆍ전략핵의 30%씩을 감축하기로 합의)때문이다. 미공군의 B-2 폭격기는 B61-3, 4, 7, 10 등 4종의 핵폭탄을 장착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 디지털 레이더와 GPS를 장착한 B61-12로 통일시킬 예정이다. 무게가 350㎏가량인 B61-12는 소형 원자폭탄(TNT 폭탄 기준 폭발력 5만t)으로 목표에 따른 폭발력 조절도 가능해 불필요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전술핵무기를 탑재한 폭격기는 모두 미본토에 있다. 단, 군사전문가들은 B-1B는 전술핵을 장착하지 않아도 그에 상응하는 위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일미군, 괌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 폭격기와 전투기에 핵무기를 장착해 한반도 상공에서 작전을 전개해도 북한에 대한 핵억제력이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B-52, B-2 '스피릿'과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불리는 B-1B '랜서'에 전술핵 무기를 장착시키면 유사시 괌 기지에서 이륙해 2시간이면 한반도에 도착할 수 있다. B-1B '랜서'는 초고속으로 적 전투기를 따돌리고 폭탄을 투하하는 데 최적화된 폭격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B-52는 1950년대 냉전 시절 핵공격으로 위협하는 소련에 보복차원에서 만든 전략무기다. B-52 폭격기는 적의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2000파운드(약 1톤) 폭탄을 최대 24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베트남전에서는 729회를 비행하면서 무려 1만5000톤 이상의 폭탄을 쏟아부었다.
군사전문가들은 한반도 위기상황때 미 본토에서 폭격기가 직접 출격할 수 도 있다고 주장한다. 미 본토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 배치된 B-2 폭격기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된 2013년 3월 한반도 상공까지 날아와 군산 앞바다 직도 사격장에 훈련탄을 투하하기도 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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