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대응해 강도높은 비난을 이어가면서 향후 북한의 도발 시나리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은은 21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트럼프가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이 자신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도발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이 밝힌 초강경 대응 조치는) 아마 태평양에서의 역대급 수소탄 시험일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급이란 표현은 북한에서 사용하지 않는 말이지만 강한 표현을 사용하기 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언급한 역대급 도발을 한다면 두 가지 카드가 가능하다. 우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에 대해 '태평양상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언급해 태평양 상공에 수소탄을 터트릴 가능성이다. '북극성-3형' 등 신형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잠수함에서 발사해 태평양상에서 터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북한의 SLBM개발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현실성은 희박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태평양 상공에서 터뜨릴 경우 순간적으로 엄청난 강도의 전자기파가 발생한다. 핵폭탄이 폭발하면 엄청난 양의 감마선(매우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큰 빛)이 나와서 얇은 구면 모양으로 모든 방향으로 퍼져 나간다. 30km 이상의 높은 고도에서 폭발하면 주변 공기의 밀도가 매우 낮아 위력은 더한다. 이를 통해 넓은 지역에 전자기기 파괴, 정전, 통신 두절 등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수백㎞ 이상 떨어진 곳의 지하 케이블도 손상할 정도로 엄청난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전자기기가 멈추다보니 복구할 수 있는 시간도 오래걸린다. 엄청난 분량의 변전기, 케이블, 전자부품 등을 외국에서 수입해야하는 것은 물론 수송수단이 없어진다. 수백㎞ 이상 상공 북태평양에 핵폭발을 시키면 알래스카ㆍ하와이 등지에서 EMP 피해를 볼 수 있다. 주변에 비행하는 항공기는 모두 추락할 수도 있다.
EMP 공격은 1950∼1960년대 냉전시대부터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양국은 각 나라에서 고고도에서 핵무기를 폭발시키는 실험을 해왔다. 시험도중 공중에서 핵무기를 터트릴 경우 강력한 전자기파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1961년 소련이 6메가톤의 고공 핵폭발 시험을 했을 때엔 미 알래스카 조기경보 레이더와 반경 4000㎞ 내의 장거리 고주파 통신이 단절되기도 했다.
핵을 공중에서 폭발시켜 EMP 공격을 하는 것 외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EMP 공격을 할 수 있다. 다만 공격 반경이 수백 m∼수 km로 좁아 주로 군사시설, 원자력발전소, 전력송신소, 통신시설 등 특정 목표를 정해 공격하는 용도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2003년 이라크전 당시 미군이 이라크 국영방송을 상대로 비핵 EMP 공격을 실행한 바 있다.
북한이 지난 8월 주장했던 화성-12형 미사일을 동원한 괌 포위 사격 가능성도 높다. 다만, 포위사격을 하려면 북한의 미사일은 괌을 직접 타격하는 게 아니라 괌을 포위하듯 주변 해역에 탄도미사일을 떨어뜨려야 한다. 이어 괌 주변 30∼40km 해상에 탄착시켜 영해인 해안선 12해리(약 22㎞) 밖으로 벗어나야 한다. 즉, '화성-12'형 4발을 동서남북으로 전개해 포위망을 좁히는 전술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화성-12형'은 일본의 시마네(島根)현, 히로시마(廣島)현, 고치(高知)현 상공을 통과하게 된다.
하지만 북한이 의도한대로 탄도미사일의 탄착지점이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이번 괌 타격 능력 입증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급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발사 카드를 본격적으로 저울질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다양한 도발 가능성이 높지만 괌 포위사격이나 핵실험은 대미협상을 높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참수작전이나 보복전쟁으로 번질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