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앞둔 美 이중플레이…나프타·한미FTA 같은 수순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NAFTA) 폐기가 아니라,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5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2차 협상을 마친 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 발언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역적자를 이유로 협정 폐기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통상 수장이 개정협상에 나서는 이 수순은 NAFTA뿐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그대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재협상이) 매우 어렵다. 끝내야 하는가"라고 NAFTA 폐기를 시사했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날 NAFTA 재협상을 마치고 한미FTA 폐기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정협상을 희망한다"고 언급, 지난 2일 대통령의 폐기 발언에서 한걸음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당시 대통령의 발언이 최악의 상황을 제시해 엄포를 놓음으로써 협상 기반을 가져가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이었다는 관측이 다시 한번 설득력을 얻은 셈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개정협상을 앞두고 한국에 압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22일 미국측의 요구에 따라 서울에서 한미FTA 개정협상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었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채 다음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특히 통상전문가들은 현재 진행중인 NAFTA 재협상이 한미FTA 개정협상의 힌트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 협정은 미국의 주요 통상협정인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무역적자를 이유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은 지난 1일부터 5일간 멕시코시티에서 진행된 NAFTA 2차 재협상을 마치고 "일부 진전을 이뤄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이날 발표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소기업과 경쟁력, 디지털 교역 및 서비스, 환경 등 일정부분에서 진전이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재협상을 통한 합의에 지지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로 꼽히는 노동조약과 관련해서는 "풀기 어려운 문제"라며 "미국은 멕시코의 임금인상 등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협상에서는 원산지ㆍ노동규정, 무역갈등 발생 시 중재내용을 명시한 협정19조(챕터19)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3개국이 2차 재협상에서 이들 쟁점과 관련해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NAFTA 3차 재협상은 오는 23~27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진행된다. 3개국은 연내 NAFTA 재협상을 끝마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