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가격, AI 이어 무더위·집중호우까지 겹치며 올해 내내 고공행진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지난 설날 때보다 차례상 비용이 더 오를 텐데 걱정이다."
주부 박선주(54·여)씨는 최근 대형마트를 찾았다가 높아진 밥상물가에 혀를 내둘렀다. 여름 내내 고공행진했던 채솟값은 떨어질 기미가 없다. 소·돼지고기 가격도 여전히 예년보다 높다. 김씨는 "살충제 파동 때문에 계란은 쓸 수 있겠느냐"며 "이래저래 차례상에 올릴 음식 가짓수를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서민들의 추석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4일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채솟값 상승세로 인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랐다. 이는 2012년 4월 2.6% 상승한 이후 5년4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른 것이다. 올 여름 계속된 무더위에 지난달 집중호우까지 겹치면서 채소 가격이 22.5% 상승해 전체 물가를 0.37%포인트 끌어올렸다. 채소류 가격 상승 폭은 지난해 11월 32.9% 오른 이후 최대다.
채솟값 고공행진 속 전체 농·축·수산물 가격은 12.2% 상승해 전체 물가를 0.96%포인트 상승시켰다. 서민들의 체감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도 3.7%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2011년 12월 4.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신선식품 지수 역시 18.3% 상승해 2011년 2월 21.6% 오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특히 신선 채소는 22.8% 상승하면서 전달(10.3%)보다 상승 폭이 두 배 이상 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다다기 계통 오이 평균 소매가는 상품 기준 10개당 1만2095원으로 평년가(8550원) 대비 41.5% 비싸다. 평년가는 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 간 해당 일자의 평균값이다. 전년 동기보다도 8.2% 올랐다.
청상추 100g 상품 소매가는 1558원으로 평년과 1년 전 가격보다 각각 30.4%, 30.8% 높다. 시금치 1kg 상품 소매가는 1만4482원으로 1개월 전과 평년 대비 각각 33.6%, 19.8% 비싸다. 배추 1포기(6958원)와 무 1개(2940원) 상품 소매가는 평년보다 각각 80.4%, 53.7% 높다.
이 밖에 양파(1kg 상품·2048원)는 평년가보다 17.5% 높다. 평년보다 마늘(깐마늘 1㎏ 상품·1만17원)은 18.4%, 풋고추(100g 상품·1284원)는 28.0% 비싸다. 수미 감자 100g 상품 소매가는 331원으로 평년보다 47.4% 높다.
과일 중에서는 신고배 상품 10개가 평년과 1년 전 대비 각각 9.0%, 18.8% 비싸다. 캠벨얼리 포도 상품 1kg 가격은 각각 10.1%, 16.3% 높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도 평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부, 전문가 등은 폭염이 지나가면서 전반적으로 채소류 가격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낙관하기는 이르다. 태풍 등으로 기상이 악화하거나 추석을 맞아 수요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충제 파동 직격탄을 맞은 계란 가격은 '에그포비아(계란과 공포증의 합성어)' 속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도·소매가 모두 20%가량 뚝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은 잘 없다. 1일 기준 30개들이 계란 한 판(중품 특란) 평균 소매 가격은 6146원으로 살충제 파동이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달 14일 7595원에 비해 1449원(19.1%) 떨어졌다. 계란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조만간 사태가 진정되면 계란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리란 전망도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계란은 국내에서 상상 이상으로 많이 소비된다"며 "계란 혐오에 따른 수요 위축은 한 달 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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