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800만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은 ‘중동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다. 실제로 이 나라에는 인공지능(AI), 사이버 보안 등 첨단기술 분야 스타트업만 7000여개에 달하며, 매년 1500여개의 스타트업이 새로 생겨난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창업 천국’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이스라엘은 창업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절치부심해 재창업하면 20% 이상을 더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보안과 관련된 사항만 아니라면 창업자에게 많은 정보를 넘겨주기도 한다. 글로벌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게 하는 점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한국도 IMF 외환위기 이후 벤처기업 창업 열기가 뜨겁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신설법인 수는 3만3339개로, 2008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올해 벤처기업협회는 2014년 기준 창업 3년 생존율이 77.4%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정부로부터 ‘벤처인증’을 받은 509개 기업의 생존율로, 실제 생존율은 더 낮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창업실패에 따른 기회비용이 큰 나라다. 벤처기업 창업자들은 “우리나라는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창업을 좋은 경험으로 인정하고 우대하는 문화가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 주도의 창업 컨트롤타워 외에도 재창업 총괄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재창업을 평가받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거치다 보면 제때 지원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새 정부는 최근 중소·벤처·창업기업 정책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고, 관련 지원정책을 펴나가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5000억원 규모로 재창업을 위한 창업자금을 세 번까지 지원받는 ‘삼세번 재기 지원펀드’를 조성하고, 실패한 창업으로 인한 개인파산과 회생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는 특례법 제정 등을 추진한다. 아울러 실패한 창업자들의 개인채무와 연대보증 채무에 대해 신용회복위원회의 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채무를 우선 조정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도 공간정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LX 공간정보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해 10개 팀 혹은 개인을 선정, 총 4억여원의 창업지원금과 함께 창업 공간 제공 및 교육을 지원해왔다. 더 나아가 공모전을 통한 창업기업뿐만 아니라 공간정보를 활용한 아이디어에 관심 있는 국민은 누구나 저렴하게 사무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공유오피스’까지 갖춘‘공간드림센터’를 구축 중이다. 9월 서울 공간드림센터를 시작으로 앞으로 세종, 전주 등 전국에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향후 재창업 지원에 관한 고민도 녹여내면서 공간드림센터를 통해 성공한 창업은 해외 판로 개척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창업 강국’ 이스라엘의 뿌리는 바로 ‘후츠파 정신’이다. ‘후츠파 정신’은 히브리어로 ‘담대함·뻔뻔함’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끊임없이 질문하고 과감하게 시도하며 실패하더라도 배운 것이 있다면 이를 용인하는 이스라엘 창업정신의 근간이다. 우리나라도 국내 벤처기업들이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한국식 후츠파 정신’이 유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식 후츠파 정신’은 “실패, 해보기나 했어”라고 묻는 창업정신이 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벤처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정직한 실패에 대한 지원도 계속한다면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박명식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