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주미대사·이수훈 주일대사 내정자는 캠프에서 활동한 교수
노영민 주중대사는 3선 의원 출신
러시아 대사에도 외교관 출신 배제될 듯
‘외시 출신 외교관’에 대한 불신, 외교부 폐쇄성에 대한 불만 작용한 듯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이설 기자] ‘4강 대사’ 인선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주미대사와 주일대사에 외교관 출신을 배제하고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대학교수를 발탁했다. 주미대사와 주일대사에 내정된 조윤제 서강대 교수, 이수훈 경남대 교수는 모두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대학에 오래 몸담고 있으면서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공통점이 있다.
조 내정자는 스탠포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7년부터 서강대 교수에 임용됐고, 이 내정자는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87년부터 경남대 교수로 적을 두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주중대사에 내정된 노영민 전 의원까지 미중일 3국 대사에 모두 비(非)외교관 출신을 발탁했다. 1992년 8월 중국과 수교를 한 뒤 출범한 김영삼 정부 이후 초대 미중일 대사를 모두 비외교관 출신으로 채운 것은 처음이다.
아직 인선이 완료되지 않은 주러시아 대사에도 ‘참신한 인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직업 외교관은 배제되는 분위기다. 현재로서는 문재인 정부 초대 4강 대사에 외교관이 한 명도 임명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초대 외교부 장관에 고시 출신 외교관이 아닌 강경화 장관을 발탁한데 이어 주요국 대사 인선에서도 같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는 장차관이나 공공기관장과 달리 4강 대사 중 일부는 외교 관계의 연속성을 위해서 정권 교체 이후에도 유임시켰지만 문 대통령은 4강 대사 전원 교체로 방침을 정했다. 정권 교체 직후 4강 대사를 모두 교체하고, 초대 4강 대사에 외교관을 배제한 것은 모두 전례가 없는 일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김하중 주중대사와 정태익 주러대사가 외무고시 출신의 직업 외교관이었고, 초대 주미대사로 발탁된 한승주 당시 고려대 교수는 김영삼 정부 때 외교부 장관을 지낸 경력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초대 4강 대사 라인업을 짜면서 주미대사만 교체했고 김하중 주중대사, 조세형, 주일대사, 정태익 주러대사를 유임시켰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정책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3선 의원 출신인 조 대사뿐만 아니라 직업외교관인 김, 정 대사도 교체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초대 4강 대사는 정치인 출신인 권철현 주일대사를 제외한 이태식 주미대사, 신정승 주중대사, 이규형 주러대사가 모두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명박 정부의 대외 정책 방향은 노무현 정부 때와는 달랐지만 이 전 대통령은 주미대사와 주러대사를 유임시켰다.
박근혜 정부 때는 주중대사에는 ‘친박’정치인인 권영세 전 의원이 임명됐고 나머지 3국 대사에는 직업 외교관 출신이 맡았다. 박 전 대통령은 안호영 주미대사와 이병기 주일대사를 새로 임명했고, 위성락 주러 대사는 유임시켰다.
문 대통령이 주요국 대사에 외교관을 배제한 것은 ‘외시 출신 외교관’에 대한 불신과 외교부의 폐쇄성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18일 강경화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외교부에 정말로 좋은 엘리트들이 많다. 아마 순도로 따지면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곳이 외교부가 아닌가 싶다”며 “그렇게 훌륭한 엘리트들이 많이 모여 있는 데도 우리 외교 역량이 우리나라의 국력이나 국가적 위상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인 ‘운명’에서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다 참여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으로 발탁된 윤영관 전 장관에 대해 “장관이 된 후 외교부 관료들의 강고한 벽에 둘러 싸였는지 기대만큼 개혁적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외교부 관료들을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보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외교부 개혁을 위해서는 ‘출신 성분’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강 장관 임명식에서 “외교부가 지나치게 외무고시 선후배 중심의 폐쇄적인 구조로 돼 있다. 인적 구성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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