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방안 두고 업계와 갈등
소비자, 시민단체들에게까지 비판받는 과기정통부
장관-3사 CEO 만남도 불발, 논의 난항 겪어 뺐나?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2일 열린 문재인 정부의 첫 부처별 핵심정책토의에서 통신비 인하 내용을 안건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기본료 폐지 등 '8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발표한 바 있으며, 과기정통부는 지난 18일 이동통신3사에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계획을 통보하면서 현재 업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주제여서 그 배경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보다 더 중요한 안건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전성배 통신정책국장도 "통신비 인하는 이미 국정기획위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며 "이를 집행하고 실천해 나가는 실무진의 역할만 남았기 때문에 대통령 업무보고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와 시민·소비자 단체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에 어떤 내용의 통신비 인하 방안을 발표할 지 주목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18일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계획을 발표한 뒤 과기정통부와 통신업체들 사이 마찰을 빚었고, 따라서 토론 형식의 업무보고 안건으로 정식 채택돼 진행 상황을 확인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 보고 전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을 둘러싼 업계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나려고 하기도 했다. 이통3사 CEO의 일정상의 이유로 만남이 불발, 과기정통부는 일단 9월15일부터 선택약정제도 요금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상향하여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이통3사는 선택약정 할인율 자체가 현재 20% 자체도 과도하다며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통3사는 각각 대형 법무법인과 함께 법리검토를 진행, 행정소송 등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여기에 기존 20% 요금할인 가입자 1400만명의 경우에는 이번 혜택의 대상에서 빠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까지 사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현행법 상 기존 가입자에 대해 요금할인율을 상향하도록 통신사를 강제할 방법은 없으며, 기존 가입자들의 요금할인율 조정, 위약금 부담 경감 등의 조치는 통신사들의 자율에 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소비자시민모임,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한국여성소비자연합 등 6개 통신 소비자, 시민 단체는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이용자에 대한 혜택이 빠진 이번 과기정통부의 행정조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폐기와 같다"고 말했다.
기존 가입자에게도 선택약정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과기정통부는 이통3사가 실무급에서 위약금 감면ㆍ면제 여부를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통3사는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자체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 관련 논의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문용 녹소연 정책국장은 "대통령 공약 중에 가장 중요한 공약이었고 홍보물에도 항상 빠지지 않은 공약이었음에도 대통령 첫 업무보고 의제로 빠진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며, 이는 신뢰정치 약속정치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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