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호령하던 GM이 2000년대 중반 파산위기
-자동차산업 경쟁력 격화에 제품경쟁력이 위기 원인
-강성노조 무리한요구에 경영진 부적절 대응도 주된 원인
-대규모 해고에 공장폐쇄 구조조정 후에 정부보호체제서 벗어나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노사관계는 호황일 때는 샴페인을 터뜨릴 순 있지만 불황이거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을 때에는 서로 손을 잡고 위기탈출에 힘을 모으는데 상식이다.최근 한국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은 완성차업계는 물론 정부와 노조, 학계 등이 모두 인정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해법은 다르다. 국내서는 노조가 경영상의 실패의 책임을 사측에 돌리면서 위기상황임에도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임금과 복지를 예년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0년대 중반 세계를 호령하다 몰락했던 미국 완성차업계 GM이 경영위기에 빠진 것은 자동차업계의 경쟁력 격화와 제품·제조경쟁력의 약화도 중요한 원인이었지만 강성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경영진의 부적절한 대응도 한 원인이었다. GM과 부품계열사인 델파이는 1999년 분사할 당시 "델파이가 2007년 중순 이전에 파산할 경우 퇴직자들의 의료 및 연금 혜택을 GM이 책임진다"고 합의했다.
델파이가 파산하면 GM은 최대 110억 달러(11조원)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델파이의 고강도 구조조정에 노조가 파업으로 맞서면 조업이 중단될 것이고 GM의 부품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무리한 합의를 단행하게 된 이면에는 미국 내 강성노조의 하나인 GM 노조의 영향이 컸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재무상태가 좋은 특정기업과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에 그 수준을 타기업이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 소위 '모델교섭'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현재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비슷하다. 그런데 GM 노조는 UAW 산하 노조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잦은 파업으로 유명했다. 강성 노동운동과 잦은 파업은 GM의 생산성을 크게 하락시키는데 일조했다.
당시 경제전문지인 비즈니스위크는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임금과 높은 수당이 지속될 수는 없다며 GM노조가 진지한 양보를 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델파이의 경우 파산보호 신청에 앞서 UAW에 임금 및 복지혜택을 63% 삭감하는데 합의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와함께 과도한 복지비용 등 고비용구조 심화도 원인이었다. 퇴직자에게 주는 복지혜택인 유산비용(Legacy Cost)의 비중이 지나치게 과중했다. 당시 GM의 퇴직자 지원프로그램이 지나치게 과중해 향후 310억∼700억 달러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관측되는 전망도 나왔다.GM 경영진의 잘못도 있다. 노사관계에서 수세적인 입장만을 계속 취해 경영비용이 급증하고, 퇴직비용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수수방관한 모럴해저드의 전형이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GM은 결국 쉐보레, 캐딜락, GM대우 등의 수익성이 남는 브랜드를 남겨두고 새턴, 폰티악, 허머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브랜드를 다수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무려 2만1000명의 직원이 해고되고 14개의 공장이 폐쇄됐으나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상황을 크게 개선시키고 마침내 미국 정부의 보호관리체제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도요타도 대규모 리콜에 도요타쇼크 2년도 안돼 위기극복
-잘나갈때도 기본급 과도한 인상요구 안해
-노사교섭은 대립과 갈등 아닌 '직원 교육'의 장
-노사 모두 "기업이 있어야 근로자도 있다"의식공유할때
도요타도 2010년 대규모 리콜 조치와 미국내 생산중단 등의 사태를 맞으며 전 세계에 '도요타쇼크'를 일으켰다. 일본 자동차산업은 일본 국내 제조업의 약 20%를 차지하는 대표 산업이지만 국내시장의 축소와 엔고('07~'12년)로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도요타는 그러나 도요타쇼크 이후 3년도 안돼 2012년도('13.3월기)의 영업이익이 1조엔을 넘어 일본경제의 부활을 견인했다.
도요타가 부활하게 된 결정적 요인은 신흥국에서의 판매증가와 설비투자비용 절감외에 노조의 협력이 꼽힌다. 도요타는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하여 전사적으로 의식개혁 활동을 전개했다. 도요타는 2002년도에 이익이 1조 엔을 상회해 2008년도까지 경영실적이 양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기본급 인상은 3000엔(1000엔씩 3차례 인상)에 불과했다. 2013년 춘투에서도 도요타는 상여금으로 종업원 1인당 평균 205만엔을 지불했지만 기본급은 인상하지 않았다.
도요타의 노사교섭은 일반적인 교섭과 달리 직원의'교육의 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노조의 임금 인상에 대한 의식을 억제시키는 기회로 활용한다. 그 배경에는 1962년 도요타 사장과 노조위원장 사이에서 체결된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의 번영과 노동조건의 유지 및 개선을 도모하자는'노사선언'때문이다.춘투에서도 도요타 노조는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하며 노동자들에게 도요타 정신을 교육시키는 기회로 활용돼 왔다.
경영실적이 좋은 도요타가 임금 인상을 하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는 하청업체들에게 비용 삭감을 요구하면서, 도요타 종업원들의 임금을 인상하게 되면, 하청업체 종업원들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위험에 닥치면 노사간에 약속한 보상수준도 결국 물거품이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진정한 노사협력은 '기업이 있어야 근로자가 존재한다'는 정신을 공유할 때 발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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