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 아쿠아, 비타민 등 생활 곳곳에 산재
고대 로마어이자 사실상의 사어(死語)인 라틴어. 그런데 최근 라틴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신학이나 철학 등 일부 학문을 공부할 때 외엔 쓸모가 없다고 여겨졌던 라틴어의 인기가 치솟는 이유는 무엇일까.
18일 학원가에 따르면 최근 '미국 명문 대학 입시에 라틴어가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며 라틴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라틴어 강좌가 개설된 학원은 서울 강남·서초구에만 10곳에 달한다. 일반 영어 강좌보다 비싼 수강료에도 정원이 금방 마감된다고 한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다. 실제 하버드 등 미국 유명 대학들이 입시 관련 설명회에서 "라틴어를 배워 관련 SAT 점수를 얻으면 합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안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시 목적 외에 취미로 라틴어를 배우는 사람들도 있다. '인문학 열풍'으로 서양 예술이나 철학에 관심이 많아진 이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라틴어를 찾는 경우다. 라틴어 관련 인터넷 카페 '바벨의 도서관'의 회원 수는 현재 3만5000여명에 달한다.
교양 수업으로 라틴어 강좌를 개설한 국내 대학들도 많다. 신학, 철학, 의학, 법학 등 라틴어가 많이 쓰이는 학문을 공부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특히 '라틴어 수업'의 저자인 한동일 신부가 강의하는 서강대학교 교양 수업의 경우 첫 학기 24명에 불과하던 수강생은 불과 세 학기 만에 200명을 넘겼다.
쓰면서도 몰랐다, 생활 속 라틴어
특정 학문 분야 외에도 생활 전반에서 라틴어가 쓰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있다. '인생을 즐겨라'라는 의미를 가진 이 라틴어 명언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대사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많은 유명 인사들이 인생철학으로 꼽는다. 최근 자주 사용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도 라틴어로 '언제 어디에나 있는'을 뜻하는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라틴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나 감독의 분신을 뜻하는 '페르소나(Persona)'는 '연극의 배역'을 뜻하는 라틴어다. 우리가 흔히 먹는 '비타민(Vitamin)', 물과 관련된 상표에 흔히 쓰이는 '아쿠아(Aqua)', 자동차 상표 '에쿠스(Equus)',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Asics)', 과거 휴대폰 이름에 쓰인 '옴니아(Omnia)' 등도 라틴어를 차용했다.
그밖에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살아있는 동안 희망은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등 일상에서 흔히 인용하는 문구들의 원형도 대부분 라틴어다. 작품 속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지명 등도 라틴어에서 온 경우가 많다. 라틴어가 많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작품들은 미국 HBO '왕좌의 게임', 영화 '반지의 제왕', '트랜스포머', '해리포터' 등이다.
아시아경제 티잼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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