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미만 아동과 성관계 의제강간 유기징역형
'책임지면 감형' 기준 논란…미성년 의제강간 연령 조정 여론도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2014년 초등학교 6학년이던 김모(15)양은 한 아동센터에서 알게 된 아동복지교사 최모(29)씨와 성관계를 맺고 이듬해 아이를 낳았다. 만 13세도 안 된 여자아이가 출산을 한 것이다. 경찰은 최씨에게 '미성년자의제강간죄'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나 최씨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검찰이 김양과 최씨가 나중에 결혼할 것을 서약한 점,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 두 사람 사이에 만들어진 가정의 행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최근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미성년자 의제강간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형법 제305조에 따라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처벌을 받게 돼 있다. 프랑스·스웨덴의 경우 기준 연령이 만 15세, 영국·캐나다·호주의 만 16세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전통적으로 성폭력이 정조에 관한 죄였기 때문에 가해자가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 감형되는 경우가 있어왔다"며 "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엔 15세 여중생을 임신시킨 40대 연예기획사 대표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연예인을 시켜준다며 성폭력으로 시작된 관계였지만 이들이 동거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재판부가 '사랑하는 사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2012년 국회에서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연령을 현행 13세에서 16세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친고죄 폐지 등으로 대안 반영되면서 폐기됐다. 권선동 자유한국당 의원 등 13명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간음·추행한 사람을 강간·강제추행으로 의제하여 처벌하고 있지만 13세 이상의 미성년자도 간음이나 추행의 의미를 알고 동의를 할 만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들의 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미성년자 의제강간죄의 피해자의 연령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13세가 되지 않은 아이가 자발적으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 후에 발생하는 일들을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지 못한다"며 "1959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법을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중학생 이하 성관계의 경우 대부분 피해 학생이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가출한 상태에서 보호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랑이란 이유로 관계를 맺고 면죄부를 주는 성적 착취는 근절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제강간연령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 규정과 피해 아동이 가해자에게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보호시설 등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31세 여강사가 만 13세인 중학생과 성관계를 한 사건에서 여강사는 '사랑해서 한 성관계'라고 주장했지만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는 "연령을 올리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처벌을 명확히 할 수 있을까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국가가 조금 더 관여해 피해 아동이 다시 그 환경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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