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9월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앞두고 바빠진 네이버
총수(동일인) 지정 두고 "개인이 지배하는 기업으로 규정 말아야"
관건은 이해진 전 의장의 '지배력'…지분율·지배구조와 별개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의 창업자이자 전 이사회 의장이던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기업의 총수(동일인)로 지정할지 여부는 '지배력'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언급 등으로 볼 때 지배력을 인정할지 여부가 가장 큰 변수여서다. 김 위원장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확보 등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해 왔다.
네이버(NAVER)는 이에 대해 모범적 구조를 가진 기업이며 지분구조상으로도 총수로서의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일인은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자본가 집단'이란 의미의 재벌 규제를 위한 잣대인데, 국내에서 찾기 힘든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춘 네이버를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지분 분산을 이루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나아가는 영역을 개척한 네이버를 특정 개인이 지배하는 기업처럼 규정해버린다면 글로벌 IT시장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전 의장의 현재 직위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순환출자나 일감 몰아주기, 대물림이 없는 회사라는 점도 부각시킨다. 작은 지분으로 회사를 소유하는 기존 재벌들과 분명히 구분되는 대목이다. 이 전 의장이 보유한 네이버 지분은 4.6%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0.5%)보다도 적다. 네이버는 "이해진 GIO가 공식 석상에서 '일본사업(라인)이 실패했으면 나도 잘렸다'고 말했듯 네이버의 경영진은 누구라도 주주들의 신뢰를 잃으면 물러날 수밖에 없다"면서 총수로서의 지위에 있지 않다는 점을 설명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언급을 살펴보면 네이버의 지배구조는 칭찬받을 대목이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바람직한 지배구조란 그룹을 승계받은 재벌 3세가 선대처럼 모든 것을 보고받고 결정하는 CEO형 리더십이 아니라 조직 내부의 구성원을 통합하고 외부의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등기이사이자 GIO로서 이 전 의장이 다른 재벌기업처럼 홀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네이버는 넌지시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총수 없는 기업'은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임원 선임이나 신규 산업 투자 권한에 주목해 본다면 총수로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올 3월 의장직을 내려놓은 이 전 의장은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면서 유럽 진출과 해외 스타트업 투자를 맡는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 활동 중이다. 이후 네이버는 프랑스의 스타트업 육성 센터인 스테이션F에 참여하고,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을 인수했다.
공정위가 네이버의 플랫폼 영향력과 골목상권 침해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김 위원장은 저서 '종횡무진 한국경제'에서 "지배구조가 건전하기만 하다면 기업집단의 규모가 아무리 커도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물론 삼성그룹,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이들 대규모 기업집단의 성장이 중소기업의 성장으로까지 확산되는 선순환구조가 잘 작동하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배력 문제에서는 임원 선임 권한이나 신규사업 투자 권한을 누가 쥐고 있느냐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 공정위가 이 전 의장의 지배력을 어떻게 볼 지를 판단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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