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모두발언
"국정운영 물길 바꾸고 개혁과제 실천" 자평
文 정부 시작은 '촛불' 강조…국가 역할 강조
일각선 '정치보복' 주장…야당 설득은 과제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국가운영의 물길을 바꾸고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과제를 실천해 왔다"고 자평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시작은 '촛불'이라고 언급하며 진정한 국민주권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민심을 구현하기 위해 무엇보다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며, 향후에도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그 동안 개혁 과제 실천 뿐 아니라 국민 통합에 나서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5·18 유가족과 가습기 피해자, 세월호 유가족 등을 직접 만나 정부를 대표해 사과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약속한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와 세월호 등은 전 정부에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피해자 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했고 아픔을 공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0일 동안 국가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고자 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와 국정원 개혁위원회 등을 잇달아 출범시켰다. 전 정부에서 인사 불이익을 받았던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지검장으로 임명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혀 퇴직했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을 차관으로 앉히는 등 개혁 의지를 다졌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적폐청산'이라고 부르며 정치 보복을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위가 이명박 정부의 '댓글 사건' 등을 조사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더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물길을 돌렸을 뿐"이라며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과제와 어려움을 해결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새 정부의 정권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대선 공약을 구체화하고 실천 로드맵 작업을 마무리하자 보훈사업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정책 행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요즘 새 정부의 가치를 담은 새로운 정책을 말씀드리고 있어 매우 기쁘다"며 "국민의 삶을 바꾸고 책임지는 정부로 거듭나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안보 관련 이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이어 '괌 포위사격' 발언으로 고조되던 북·미 갈등이 최근 완화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성급한 발언은 오해를 날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주도권을 잡겠다고 공언하고 북한에 수차례 대화를 제의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각종 정책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더 높이고 속도감 있게 실천해 나가겠다"고 공언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특히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들이 시행되기 위해선 후속 입법이 뒤따라야 한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실천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增稅),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부동산대책 등 국회의 동의 없이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이 야당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0%를 웃도는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만 믿고 정책을 강해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 야당 중진 의원은 "감성적인 단어와 눈물로 하는 국정운영은 한계가 있다"며 "100일 전 취임식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협치를 하는 게 나라를 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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