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구축 총대 맨 공정위…프랜차이즈 정조준
'갑-을' 개선 위한 가맹대책 쏟아내…가맹본사 대책 마련에 분주
잔뜩 움추린 프랜차이즈업계, 필수정보 공개·산업 발전 위축 우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오는 17일이면 출범 100일을 맞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 3개월동안 공정한 시장경제 구축에 집중했고, 이로 인해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 곳 중 하나는 바로 프랜차이즈업계다. 프랜차이즈 오너와 본사의 각종 갑질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고, 그간 관행처럼 여겨졌던 가맹본사와 가맹점 간 불공정 거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프랜차이즈업계에 대한 사정당국의 칼날이 가차없이 향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7월18일 내놓은 이른바 '프랜차이즈 대책'은 문재인 정부의 색깔을 보여주는 '첫 작품'과도 다름없다. 지난 정부는 가맹분야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이런저런 사정과 방어논리를 내세우며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지만 이번 정보는 갑질 근절을 위한 가맹 대책을 대량 쏟아내면서 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정경제 구축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총대를 매고 진행했다. 취임 당시 "을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라고 밝힌 그의 취임 일성은 바로 '갑을 관계' 개선이다.
공정위가 지난달 18일 '가맹점주 권익보호 및 건전한 가맹시장 조성'을 목표로 6대 과제(23개 세부과제)를 포함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필수품목 마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협회가 올 연말까지 실태조사 연기를 요청하고, 자구안 마련 등 자정의 기회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는 결국 지난 9일 밤 가맹본부 50곳의 필수품목 마진공개 서류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이와 별도로 업계는 오는 10월까지 상생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대책에는 가맹점주의 지위와 협상력을 높이고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주요 대책들이 대거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가맹점사업단체 신고제 도입 ▲보복조치 금지제도 마련 ▲오너리스크 배상책임제 도입 ▲가맹본부 즉시해지 사유 축소 ▲신고포상금제 도입 등 대책은 모두 가맹거래법 개정을 전제로 한다.
앞으로 가맹본사들은 물품 공급·유통 등 가맹사업 과정에 참여하는 특수관계인 관련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된 MP그룹의 미스터피지 '치즈통행세'와 같은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다. 또 가맹점주들에게 부담으로 전가되는 대표적인 갑질 유형인 인테리어 시공 감리, 판매장려금, 리베이트 등의 정보도 가맹점들에 제공해야 한다.
특히 가맹본부의 필수품목 상세내역을 공개한다. 마진 규모도 공개항목에 포함된다. 가맹점이 필수품목을 이유로 가맹점에 강매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가맹본부가 필수물품 공급을 통한 가맹금 수취 여부, 가맹점 평균 지급 가맹금 규모, 가맹점 매출액 대비 필수물품 구매금액 비율, 필수물품 상·하한 공급가격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질서가 정립되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각종 악재가 한 번에 겹친 탓에 프랜차이즈업계 전반적으로는 잔뜩 움츠린 분위기다. 가맹본사가 정부 조사에 협조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느라 정작 가맹점에는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하면서 산업 발전 위축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홍보와 신제품 개발 등을 진행해야 할 가맹본사가 각종 이슈에 묶여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다 보니 가맹점주들도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오너들의 갑질 논란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하고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인데 올해 장사를 망칠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또 유통업계 전반에서는 공정위의 지나치게 대기업 감시와 갑을 관계 개선에 집중되다보니 시장구조 개선,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방지, 경쟁 촉진 등 본연의 역할은 소홀히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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