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실효성 높여야…새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유가증권시장 S상장사 전 임원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같은 회사 현진 임원과 사적인 대화과정에서 자본금 전액 잠식 발생이라는 악재성 정보를 듣고 본인과 본인의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해 5억원 이상의 손실을 회피했다.
코넥스 시장 F상장사 대표이사는 회사에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한다는 악재성 정보를 파악하고 본인 소유의 주식을 매도하고 정보를 지인에게 전달해 본인과 지인을 합쳐 1억1000만원 이상의 손실을 피했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S상장사 전 임원은 검찰에 고발됐고 해당 임원이 경영하는 회사는 수사기관에 통보됐다. F상장사 대표이사와 지인도 각각 검찰 고발, 수사기관 통보조치를 받았다.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위반 사례다.
10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상반기에만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상장회사 대표이사, 임원, 중요부서 직원, 대주주 등 내부자 25명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통보했다. 손실을 포함한 총 부당이득 규모는 49억원에 달했다. 금감원이 검찰에 이첩한 사건 29건 중 미공개정보이용 사건의 비중은 12건으로 전체 적발건수의 41%를 차지했다.
자본시장법상 강화된 형태의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법이 지난 2015년 7월부터 시행됐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443조는 2,3차 등 다(多)차 미공개정보 이용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에 비해 대폭 강화된 규정임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검찰에 이첩한 사건 중 지난 2014년 26%, 2015년 38% 차지했던 미공개정보이용 사건의 비중은 갈수록 증가추세다.
이에 법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를 포함해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보다 엄격하게 금지하기 위해 손해배상 시효를 확대하고 형량을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은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배상책임을 규정한 자본시장법 제175조의 소멸시효를 확대했다. 위반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간 그 행위가 있었던 날부터 3년간으로 명시된 규정을 각각 2년과 5년으로 대폭 확대했다. 금융당국이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인지하고 조사를 벌인 이후 수사기관에 이관해 실제 처벌에 있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행 소멸시효는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안은 이어 벌칙을 명시한 자본시장법 제443조의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했다. 이익 또는 손실 회피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현행 부당이득금액을 ‘30억원’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 부당이득금액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기준도 5억원 이상 ‘30억원’ 미만으로 조정됐다.
상대적으로 부당이득 규모가 적은 5억원 미만인 경우도 최소형량을 높이고 벌금 산정방식을 강화했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 금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 금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로 개정했다. 징역형의 경우 최소형량을 규정하고 상한선을 명시하지 않았고 벌금 산정기준의 하단을 높였다.
박찬대 의원은 "현행 자본시장법이 시장 교란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손해배상 시효의 경우 적발에서 기소까지 소요 기간을 감안했을 때 보다 연장할 필요가 있고 위반행위 형량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연내 자본시장 교란행위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새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개정안 마련과 검토에 나설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데에 이견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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