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할인 이유로 현금영수증 발급거부는 신고대상
근로소득 없는 대학생 현금영수증 필요성 못느껴…"싸니까 좋다"
적발돼도 과태료 가볍고 입증 어려워 실효성 부족 지적도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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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서윤(31)씨는 얼마 전 자신이 나온 대학가에 들러 점심을 해결했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할인 된다는 말에 김씨는 지폐를 건넸다. 소득공제를 위해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구하자 식당 주인은 "죄송하다"고 했다. 주인은 "그래야 싸게 드릴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2
서울 모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백모(25)씨는 밥 먹으러 가기 전 꼭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챙긴다. 백씨는 "현금할인하는 식당을 주로 찾는 편"이라며 "500원이라도 할인되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박모(23)씨는 "현금영수증을 받는 것보다는 현금할인 받는 게 더 이득인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현금 할인을 내걸고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부하는 식당이 성행하고 있다. 근로소득이 없는 학생들은 현금영수증 발급을 잘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음식점은 매출액이 연 2400만원 이상일 경우 소득세법상의 현금영수증 가맹점이 돼 현금영수증 발급 요구에 응해야 한다. 발급을 회피할 경우 '발급거부'로 보아 신고대상이다.
거래금액의 일부를 현금 할인하는 조건으로 현금영수증 발급을 회피하는 경우도 발급거부에 포함된다. 신고가 이루어져 조사 후 발급거부 사실이 인정되면 업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해당 거래금액의 20%만이 과태료로 부과될 뿐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5000원짜리 식사일 경우 과태료는 1000원 꼴이다. 이러한 지적에 국세청은 "신고가 누적되는 업체의 경우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신고를 하더라도 입증이 어려운 것이 문제다. 현금영수증 발행을 피하기 위해 현금 할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수증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간이영수증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마저 잘 발급하지 않으려 하고, 정식 영수증이 아니다 보니 증거의 신빙성 문제도 생긴다.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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