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부가 '2017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하면서 재원조달 여부가 다시 관건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내 공약이행을 위한 재원으로 178조원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세법개정으로 추가 세수를 확보하고 자연적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규모를 더하면 충분히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재원조달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서민증세는 없다'고 공식화한 마당에 세수확보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 추가 증세를 하거나 빚을 늘려야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세법개정안을 보면 연간 세수증대 효과는 5조4651억원으로 추정된다. 서민 세부담은 8167억원 줄고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부담은 6조2683억원 늘어난다.
문 대통령 임기 5년간 대략 23조6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에 5년간 누적 2조9000억원 가량 세수가 줄고, 고소득자와 대기업에는 26조4000억원의 세수효과가 귀착된다는 얘기다.
우선 내년에 소득세를 중심으로 전년도 대비 9223억원의 세수가 늘어나며, 2019년에는 법인세 증세 효과가 더해지면서 무려 5조1662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 중후반인 2020년과 2021년에는 전년도 대비 각각 4556억원, 2892억원 가량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178조원 가운데 82조6000억원은 세금으로 확보하고 정부 지출을 줄여 95조4000억원을 아끼겠다는 방침이다.
82조6000억원에서 이번 세법개정안 세수효과를 제외한 나머지 약 60조원은 세수 자연증가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올해 8조8000억원의 추가 세수를 예상했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이를 초과하는 세수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며 "중기재정계획에서 예상했던 내년 세수에 육박할 것으로 세수 측면에서 5년간 83조원을 충당하기 위한 금액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낙관적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국세수입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6~2020년 국세수입 전망에 따르면 국세수입의 연평균 증가율을 정부안(4.5%)에 비해 낮은 3.9%로 추산했다.
예정처는 "최근 세수실적 개선이 경기적 요인보다는 자산시장 호조 등 일시적 요인"이라며 "세수호조를 견인하고 있는 자산시장 효과가 금리인상 가능성과 가계부채 부실위험, 주택공급과잉 우려 등으로 인해 중기적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야당에서도 세수확보를 위한 종합적인 청사진이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100대 국정과제에 필요한 소요재원 마련 등 향후 재정소요 및 조달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공약 이행을 위해 국가부채를 늘릴 것인지 아니면 공약을 내팽개칠지 모른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100조원에 육박하는 세출 구조조정도 정부 예상대로 추진될지 의문이 제기된다. 2015년 정부는 945개 사업 가운데 유사·중복 재정사업을 통폐합해 949개 사업을 394개로 줄였지만 줄어든 예산은 고작 766억원에 불과했다.
김 부총리도 "세출절감 95조원 가운데 60조원이 세출구조조정이며 30조원 상당이 기금으로 세출 구조조정을 얼마나 잘 해서 충당할까 그것이 문제"라며 "예산, 세출에 대한 요구가 많아 재정당국에서 힘든 작업을 해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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