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국정동력 좌우할 부동산 대책…정부 고강도 대책 일반인 심리 자극, 풍선효과 우려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8·2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중복 지정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고강도 수요 억제책과 세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 기필코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의지의 피력이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앞섰던 참여정부 시즌 2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7월17일 '5부 요인' 만찬장에서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하게 잡겠다"고 단언한 후 한 달여 만에 초고강도 대책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8·31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2006년 서울 아파트값은 24% 급등했고, 전국 아파트값도 14% 상승했다. 참여정부는 이후에도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국 집값을 잡지 못했다.
10년이 지나 참여정부 시절 주역들이 대거 포진한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당시 5년간 내놓은 대책을 이날 한꺼번에 쏟아낼 예정이다. 시장에선 이 같은 고강도 규제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뼈저린 성찰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 고강도 대책의 역설= 참여정부 시절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피해자는 정부를 철석같이 믿었던 실수요자였다. 결국 이는 민심이 돌아서게 한 요인이 됐다. 부동산은 복잡 미묘하게 반응하는 생물과 유사했다. 참여정부는 이 부분을 간과했다. 법과 제도에 근거해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면 부동산 열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정부의 고강도 대책은 일반인의 심리도 자극했다. 평소 부동산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지금이 집을 살 적기"라는 주변의 투자 권유에 마음이 움직였다. 정부의 강도 높은 대책 발표는 부동산시장이 호황이라는 인식을 일반인에게 심어준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집값은 단기적으로는 거래 절벽을 경험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가 시장의 수요와 공급 원칙에 부응하지 않고 섣부르게 대응할 경우 시장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풍선효과 딜레마= 정부 대책의 사각지대로 눈을 돌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했던 6·19 부동산 대책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가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을 강화하자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오피스텔로 수요가 몰렸다.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도 마찬가지다. 특정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조합원이 돈을 받고 지위를 넘기는 행위가 금지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40%로 줄어든다. 동시에 14개 규제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고강도 대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다른 유망 투자지역이 관심의 초점으로 등장할 수 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풍선효과를 막는 정공법"이라며 "불법적인 행위는 용인하지 않고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의 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에 달린 국정 동력= 문재인 대통령은 80% 안팎의 높은 국정 운영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문제가 국정 동력 상실의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참여정부 청와대 정무2비서관을 지냈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국정 운영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는 참여정부 시절에 충분히 경험했다.
변수는 정치 논리와 시장 논리의 조화다. 부동산시장이 적당히 온기를 유지하면서 경제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부동산 문제를 자기 치적으로 삼고자 무리수를 던질 경우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부동산시장 자체가 차갑게 식어버리면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이는 여권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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