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서민경제가 '복합골절' 상태에 빠졌다. 실업자 100만 시대가 고착화하고 근로자 실질임금이 0%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 지난달 '장바구니' 물가는 약 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나마 수출이 9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또한 고용창출과 가계소득 증가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급등하는 생활물가-고용 없는 수출-제자리 소득'의 삼중고가 경제 선순환 고리를 무너뜨린 셈이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채소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는 3.1% 뛰며 2012년 1월(3.1%) 이후 5년 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선ㆍ채소ㆍ과일 등 밥상에 오르는 50개 품목 가격을 따로 추린 신선식품지수도 12.3% 급등해 작년 11월(14.2%) 이후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정부는 주요 채소가격을 50% 낮춰 공급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들썩거리는 생활물가는 고스란히 서민가계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임금은 제자리 걸음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올해 1∼5월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3만1000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여기에 일자리시장마저 꽁꽁 얼어붙으며 그나마 힘을 받던 경기회복론이 반쪽자리로 쪼그라드는 모습이다. 우리 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은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수출 증가→생산ㆍ투자 증가→고용 증가→가계소득 증가→소비 증가' 등의 선순환 고리는 과거처럼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9.5% 늘어난 488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 증가는 7개월 연속으로 이 또한 2011년 9월 이후 5년 10개월만이다. 그러나 수출지표 개선은 고용과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간 연계성이 약화되면서, 수출 10억원이 유발하는 취업자 수는 2010년 15.0명에서 2014년 7.7명으로 반토막났다. 올 들어 실업자 수는 6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고 있다. 또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청년 체감실업률은 무려 23%대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3%대 달성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4분기에 각각 0.78% 이상의 성장률을 올리면 연 3% 달성이 가능하다. 2014년(3.3%)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를 넘은 적이 없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3%대 달성이 가져온 과실이 서민경제로 향할 지에는 의문표가 붙는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경제성장과 양극화 해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소비주체인 서민가계에서 겪는 복합골절 상태부터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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