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26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 인근에 유기견 한 마리가 있다는 신고를 받은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관계자들은 곧바로 출동해 흰색 말티즈 수컷 한 마리를 구조했다. 5년생 쯤 된 이 유기견은 분홍색 목걸이를 하고 있는 데다 건강 상태도 좋고 사람을 잘 따랐다. 중성화수술까지 돼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누군가가 키우다 내다 버렸거나 잃어버린 '반려동물'이었다. 이 유기견은 28일 현재 경기도 소재 협회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주인을 끝내 찾지 못하거나 입양에 실패할 경우 다음달 16일 쯤 안락사에 처해진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유기견 '토리'를 입양해 우리나라 최초로 유기견 '퍼스트독'(대통령이 키우는 개)가 탄생하는 등 버려지는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처럼 정반대다. 여름 휴가철만 되면 서울 시내에서만 하루에 수십마리의 애완견이 버려지는 등 유기 동물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가 유기동물 분양률을 높이고 안락사율을 낮추기 위해 나섰지만 대중의 무관심으로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최근 3년간 월별 유기동물 구조ㆍ보호 현황에 따르면, 매년 여름철마다 다른 기간에 비해 유기동물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2015년의 경우 1년간 8902마리의 유기동물이 구조됐는데, 여름철인 6~9월 사이가 가장 많았다. 6월 1046마리, 8월 980마리, 7월 951마리 등으로 다른 달에 비해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1월 491마리, 2월 458마리, 12월 517마리 등의 순으로 겨울철은 숫자가 절반 정도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7월 934마리, 5월 925마리, 8월 908마리, 6월 887마리, 9월 828마리 등의 순으로 여름철에 유기동물 수가 급증했고, 2월 443마리, 1월 448마리, 12월 458마리 등 겨울철에는 절반 수준이었다.
올해에도 2월엔 437마리만 버려졌지만, 6월 910마리, 5월 875마리 등 여름철에 가까워지면서 유기동물 수가 대폭 늘어났다. 연도별로는 2015년 총 8902마리에서 2016년 8648마리, 올해 6월 말 현재 3975마리 등 숫자가 줄어들고 있긴 하다.
이처럼 여름철에 유기동물 수가 늘어나는 것은 계절적 특성상 문을 열어 놓거나 산책ㆍ외출 등이 잦기 때문이다. 그러나 휴가철을 맞아 여행을 떠나면서 반려동물을 간수하기가 귀찮거나 힘들어지면서, 또는 나이가 들면서 병이 들거나 다쳐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휴가지, 주택가 외진 곳 등에 버리는 이들도 많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분양률을 높이고 안락사율을 낮추기 위해 유기동물 1마리당 보호 예산을 10만원에서 16만원으로 늘리고 보호기간을 기존 10일에서 20일로 연장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 동물 보호 예산은 2015년 8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3억2500만원으로 60%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분양율의 경우 2015년 27.8%에서 지난해 29%로 소폭 늘었고, 안락사율은 31.8%에서 26.9%로 4.9%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관계자는 "여름철이라 문을 열고 지내거나 산책ㆍ외출을 많이 다니다가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며 "혼자 나다니게 해서는 안 되며, 인식칩이나 목걸이를 꼭 채우는 등 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약 잃어 버릴 경우 정부의 유기동물 구조 정보 시스템인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주기적으로 체크해 전국 각지의 보호소에 구조돼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하면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