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28일 이틀간 청와대에서 기업인과 첫 대화를 갖기로 하면서 최근 정권의 잇단 행보에 부담이 커진 재계가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눌지 주목된다.
23일 재계는 문 대통령이 경청의 리더십을 갖추고 있으며 이번 대화가 허심탄회한 자리가 될 것이라는 청와대의 말에 기대를 갖고 있다. 기업인 간담회가 예상보다 빨리 열리고 있고 간담회 형식도 과거의 보고형식을 벗어나 문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할 주요 기업인들은 하반기 일자리 창출 계획과 함께 동반성장ㆍ상생협력을 통한 사회 기여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업들은 일자리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일자리와 상생협력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전달했고 대한상의가 마련한 15개 대기업 간담회를 계기로는 일부 그룹은 최근 1ㆍ2ㆍ3차 협력사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최대 규모의 신규채용 계획을 밝혔고 KT는 4000명 채용이라는 숫자까지 발표했다.
2,3차 협력사와의 상생확대에는 현대기아차가 '선순환형 동반성장' 5대 전략을 내놓고 500억원 규모의 '2·3차사 전용 상생협력기금'(가칭)을 조성하기로 했다. 경영개선 자금 지원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2·3차사 전용 자금 대출' 프로그램도 도입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금융지원을 2,3차 협력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 주제가 일자리·상생에만 흐를 경우 재계로서는 솔직한 대화는 물 건너간다. 재계로서는 재벌개혁을 천명한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심리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최근 새 정부 경제팀이 재벌개혁을 추진하는 데다 최저임금인상과 법인세 및 소득세 인상, 탈원전 추진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 등에 당혹해 하고 있다.
4대 그룹 임원은 "당정이 일자리창출과 소득주도 성장론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정작 소득과 세금, 일자리를 담당하는 기업에 의견을 구하거나 소득과 세금,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노동,금융,공공, 교육 등 주요부문의 규제개혁에 대해서는 언급이 거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경청하고 소통하는 노력은 많지만 탈원전과 최저임금인상 등에서 보면 일단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어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까지 간담회와 관련된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간담회를 청와대가 주도하겠다는 의미여서 '소통'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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