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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사장단 회의서 '젊은 베르터의 고뇌' 꺼내든 신동빈(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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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정체성' 강조…내우외환 속 내부결속 다지기


롯데 사장단 회의서 '젊은 베르터의 고뇌' 꺼내든 신동빈(종합) 시공사 출판 '젊은 베르터의 고뇌' 표지(사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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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동시다발 악재 속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 그룹의 '시작' '정체성'을 돌아보며 현재 위기를 타개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날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어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우리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 우리 기업의 이름(롯데)이 지향하는 정체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자"고 밝혔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젊은 베르터의 고뇌(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다시 읽기'라는 제목의 책자를 나눠주며 이같이 말했다. 롯데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은 1948년 일본에서 롯데를 탄생시켰다. 회사 이름은 문학을 좋아한 그가 독일의 문호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뇌' 여주인공 '샤롯데(샤를로테)'에서 따왔다. 인간 본성의 발현, 정열 등을 추구했던 신 총괄회장의 철학이 그룹명에 함축돼 있다.

롯데 사장단 회의서 '젊은 베르터의 고뇌' 꺼내든 신동빈(종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 DB)

신 회장이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꺼내든 것은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다. 현재 롯데는 안으로 국정 농단·면세점 특혜 파문 연루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도전, 밖으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에 따른 중국 사업 차질 등에 고통 받고 있다. 사정없이 몰아치는 악재 속에서도 신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 롯데월드타워와 그룹 4차산업 대응의 신호탄인 세븐일레븐 무인점포를 개장하는 등 미래를 지향한다.


신 회장은 "올해는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이자 '뉴 롯데' 시대의 첫 해"라며 "우리는 큰 변화를 위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구글의 '10 times thinking' 문화를 들며 "10%가 아닌 10배 향상을 가져올 아이디어를 추구하고 변화와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 산업 환경과 관련, 신 회장은 "해마다 그 속도와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발전이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기업에는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과 롯데 사업의 연결 고리를 찾아 달라고도 당부했다.


변화에 대응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성장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신 회장은 언급했다.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이 바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지속 성장 가능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시장, 고객, 환경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원들에게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주문을 이어간 신 회장은 바로 움직일 것도 종용했다. 그는 "지금 당장, 신속하고 과감하게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수익성과 점유율이 높은 사업은 과감히 투자를 확대하고 핵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에는 신 회장과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 소진세 롯데사회공헌위원장(사장), 허수영 화학사업부문(BU·Business Unit)장(사장), 이재혁 식품BU장(부회장), 송용덕 호텔·서비스BU장(부회장), 이원준 유통BU장(부회장)과 각 계열사 사장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에 앞서 롯데월드타워 1층 로비에 도착한 신 회장은 현안인 면세점 특혜 파문, 지주사 전환 등에 관한 질문에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경호원들의 엄호를 받으며 황급히 회의장으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송 호텔·서비스BU장은 로비에서 최근 불거진 면세점 특혜 파문과 관련, 향후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만 짧게 답했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부사장)는 올해 하반기 사업 현황에 대해 "영업이 무척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식품BU장은 사드 여파에 따른 중국 공장 가동률 하락을 "애써 잘 커버하고 있다"며 향후 좀 더 나아질 것이라 내다봤다.


롯데그룹은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사장단 회의를 열고 경영 전략을 논의한다. 지난해의 경우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진행된 탓에 상반기 회의가 취소되고 11월 말 한 차례만 열렸다. 이번 회의 주제는 ▲지주사 전환 ▲최저임금 인상 대응 ▲일자리 창출과 상생 ▲각 계열사별 전략 등으로 알려졌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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