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서 '시작' '정체성' 강조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내우외환 속 임원들 다잡기에 나섰다. 그룹의 '시작' '정체성'을 돌아보며 현재 위기를 타개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날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어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우리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 우리 기업의 이름(롯데)이 지향하는 정체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자"고 밝혔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젊은 베르터의 고뇌(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다시 읽기'라는 제목의 책자를 나눠주며 이같이 말했다. 롯데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은 1948년 일본에서 롯데를 탄생시켰다. 회사 이름은 문학을 좋아한 그가 독일의 문호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뇌' 여주인공 '샤롯데(샤를로테)'에서 따왔다. 인간 본성의 발현, 정열 등을 추구했던 신 총괄회장의 철학이 그룹명에 함축돼 있다.
신 회장이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꺼내든 것은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다. 현재 롯데는 안으로 국정 농단·면세점 특혜 파문 연루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도전, 밖으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에 따른 중국 사업 차질 등에 고통 받고 있다. 동시다발 악재 속에서도 신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 롯데월드타워와 그룹 4차산업 대응의 신호탄인 세븐일레븐 무인점포를 개장하는 등 미래를 지향한다.
신 회장은 "올해는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이자 '뉴 롯데' 시대의 첫 해"라며 "우리는 큰 변화를 위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구글의 '10 times thinking' 문화를 들며 "10%가 아닌 10배 향상을 가져올 아이디어를 추구하고 변화와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 산업 환경과 관련, 신 회장은 "해마다 그 속도와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발전이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기업에는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과 롯데 사업의 연결 고리를 찾아 달라고도 당부했다,
변화에 대응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성장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신 회장은 언급했다.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이 바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지속 성장 가능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시장, 고객, 환경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AI와 빅데이터 활용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신 회장은 밝혔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혁신 기술과 우리가 가진 빅데이터 자산을 적극 활용해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주문을 임원들에게 이어갔다. 그는 "지금 당장, 신속하고 과감하게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수익성과 점유율이 높은 사업은 과감히 투자를 확대하고 핵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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