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러운 삼성, 사실관계 파악 주력…정치권 등 외부변수, 재판흐름 영향 줄지도 관심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한 이른바 '비밀문건'을 공개했다.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내용 등이 문건에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가 14일 공개한 자료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문건 작성에 개입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자료는 청와대 사정 부문이 쓰는 공간의 캐비닛에서 발견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민정 부문과 사정 부문 중 사정 쪽에서 쓰던 공간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공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번 문건이 드러났다는 얘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민정비서실 인원이 보강돼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에 캐비닛을 정리하다가 자료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문건이 어떻게 작성됐는지,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문건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 등은 관심의 초점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에는 '비밀' 표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문건과 검토 자료 등 300종에 이르는 문건의 작성 시기는 대부분 우병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재직 시절과 겹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큰 관심사는 문건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이다. 청와대 공개 문건에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경영권 승계를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논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공판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다. 특검은 삼성 경영권 승계를 돕는 과정에서 K스포츠·미르 재단 지원과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 등이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삼성 측은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도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결국,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에서 경영권 승계를 언급한 배경이 무엇인지에 따라 흐름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승계를 언급한 문건이 나왔다는 사실만을 놓고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청와대의 문건 공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공식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또 문건이 공개됐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문건에 담긴 내용의 작성 배경은 무엇인지 등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하다는 점도 조심스럽게 대응하는 이유다.
이 부회장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8월 중순께 1심 선고를 목표로 일주일에 4회 이상 공판을 여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문건 공개와 앞으로 있을 검찰의 추가 수사는 이 부회장 사건 재판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이번 문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추가 증거로 채택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문건 공개에 따라 특검 측은 기소 논리를 입증하고자 더욱 날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변호인 측도 기소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더 정교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과정에서 더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것이란 얘기다.
재판부는 지난 4월7일 첫 공판을 시작한 이후 특검 측과 변호인 측에 충분한 증인신문 기회를 부여하며 재판을 공정하게 이끌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변수가 생겨났다. 이번 사안은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깊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문건 공개 시점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재판부가 정치권 움직임 등 외부 변수와 흔들리지 않고, 현재의 재판 기조를 이어갈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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