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하나금융 등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 '최대주주' 국민연금…정부와의 독립성 문제제기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국민연금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는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신(新) 관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시장의 견제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 4대 금융지주사 중 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신한금융지주(지분율 9.55%), KB금융지주(10.28%), 하나금융지주(9.72%) 등 3개 지주사에 대해 모두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7.45%의 지분을 보유해 21.37%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에 이어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게 되면 단순 기관투자자 수준으로 머물렀던 이전과 달리 경영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게 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을 비롯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주주 권리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의 자율지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기업들의 이른바 '오너 리스크'에 따른 지배구조 문제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40여개 자산운용사들이 도입 의사를 밝혔다.
금융권은 일반 기업과 달리 오너 중심 경영체제로 운영되는 곳은 거의 없다. 전문경영인 및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이 이뤄지고 이 체제는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의해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금융사들이 국민연금의 적극적 경영권 참여를 경계하는 이유는 국민연금이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라 정부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국내 금융시장의 낡은 인습으로 꼽혀 온 '관치(官治) 금융'의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진출이나 인수합병(M&A) 등 경영상 민감한 의사결정을 할 때 경우에 따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하고 나설 경우 쉽지 않게 된다.
한 국내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정부와 완전히 독립된 곳이 아닌데다 최근까지 낙하산 인사가 이어졌던 만큼 의사결정의 투명성에 대한 신뢰문제가 제기된다"며 "오너 기업에 대해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금융사들은 상황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반면 금융사들은 대체로 이사회 중심 경영이 안착돼 있고 일반 기업에 비해 배당도 안정적으로 해 온 만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의 최대 관심사는 결국 배당일 텐데 금융사들은 대체로 배당률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영향이 덜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기존과 달리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IR활동을 강화하는 노력은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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